옵션투자 발 빼는 기관…'12월 만기'로 불똥 튀나

옵션 펀드자금 줄줄이 회수…만기일 '수급 불균형' 우려
개인 베팅땐 '왝더독' 가능성…"현물 큰 충격 없을 것" 분석도
'11 · 11 옵션쇼크'의 충격파가 '네 마녀의 날'에도 이어질까. 옵션 만기 쇼크 이후 기관투자가들이 옵션 투자를 꺼리면서 코스피200지수와 개별 종목 선물 · 옵션시장의 만기일(쿼드러플위칭데이)인 다음 달 9일 옵션시장이 극심한 수급 불균형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운용 · 자문사의 옵션투자펀드에서 자금 회수가 본격화한 반면,'옵션 대박'에 자극받은 개인들은 투기적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 맞서 옵션을 이용한 기관투자가의 차익거래 비중이 높지 않은 데다 옵션시장 거래 규모가 커 큰 충격은 없을 것이란 낙관론도 나오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옵션펀드 자금 이탈 본격화21일 금융투자협회 한 관계자는 "옵션 시장의 위험성을 목격한 일부 기관이 옵션펀드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며 "이익이 난 펀드조차 환매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는 P자산운용과 B투자자문 등이 운용하고 있는 일부 옵션 펀드에서 최근 자금 이탈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A증권사의 한 파생상품 전문가는 "지난 만기일 이후 관련 펀드 환매 절차를 진행중인 와이즈에셋을 제외하고도 운용사 2곳과 자문사 5곳의 옵션투자펀드에서 2500억원가량이 회수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7개 운용 · 자문사의 만기 직전 옵션계약 설정액이 1조33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20%가 환매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관의 옵션펀드 환매가 계속될 경우 옵션시장의 매도세가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후 증거금제도 등을 활용해 만기일에 양매도 등 옵션 매도 전략을 자주 써왔던 기관투자가들이 움츠러들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기관의 옵션 매도세가 약화되는 데다 개인의 옵션 매수세는 오히려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B증권사 연구원은 "지난 11일 풋옵션 매수로 최대 499배의 대박을 올렸다는 소식이 개인투자자들을 자극했다"며 "투기 성향이 강한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옵션 매수에 적극 뛰어들면서 일부 옵션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현물시장 '왝더독'도 우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무조건적인 자금 회수로 옵션시장의 매도 주체가 부실해진 상황에서 개인 매수세가 강해질 경우 옵션 변동성이 급등할 것"이라며 "선물이 현물시장을 뒤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옵션 가격이 급등락하면 선물이나 현물을 활용한 차익거래의 기회도 늘어난다. 차익거래는 시장가격에 왜곡이 발생했을 때 다시 정상가격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포착해 무위험 이익을 내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옵션 매수세가 몰려 고평가될 경우 이 기회를 노리는 매매세력이 등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물과 현물 간 가격 차를 이용한 차익거래가 많지만,옵션을 여러가지로 조합해 만든 '합성선물'과 현 · 선물을 연계한 차익거래도 가능하다. 이 같은 거래가 선물 · 옵션 동시만기일인 다음 달 9일까지 급증하거나 한꺼번에 청산될 경우 증시에 또 다른 충격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옵션시장 불균형은 기관들의 위험 회피(헤지)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령 주식워런트증권(ELW)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증권사는 옵션을 사거나 팔아 위험을 헤지하는데,특정 옵션의 가격이 급등락하면 비용 부담이 높아지게 된다.

현물시장까지 흔드는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말 배당을 노린 매수세까지 가세하면서 옵션 단가가 급변동할 수 있지만 현물시장 영향은 작을 것"이라며 "옵션을 이용한 차익거래 수요는 아직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도 "국내 옵션 시장의 유동성이 높아 수급 불균형의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 만기일 쇼크로 투자자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쿼드러플 위칭데이

quadruple witching day. 지수선물과 지수옵션,개별주식선물과 개별주식옵션의 만기가 겹치는 날.'네 마녀'가 돌아다녀 혼란스러운 것처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매년 3 · 6 · 9 · 12월 두번째 목요일에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