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망] 뉴노멀은 성장성이 아닌 가치의 재발견

[0730]내년도 시장을 전망하는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리밸류에이션(가치 재평가)’을 이야기한다.그렇다면 리밸류에이션은 정확하게 어떤 의미가 있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을 의미하는가.

우선 한 국가의 경제나 기업 이익이 빠르게 성장한 이후 한 단계 레벨업된 규모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장기간 지속되느냐가 가치 판단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기업이나 자산이 과거와 똑같은 이익이나 수익률을 보여주더라도 이익의 안정성 및 지속성이 담보된다면 해당 자산의 가격이 가치의 재발견을 통해 이전보다 더 높게 형성될 수 있다. 이러한 뉴노멀 시대에 경험하게 될 주식시장의 변화는 이익 안정성 부각에 따른 주가 ‘리밸류에이션’이 될 것이다.

과거 미국의 한 조사기관이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투자수익률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투자자들은 수익성이 높은 기업보다 이익 변동성이 낮은 기업에 보다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투자자들이 수익 안정성이 보장되는 기업에 대해 프리미엄을 지급할 의사가 있음을 보여준다.향후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기조 속에서 글로벌 경제의 안정화 추세만 유지된다면 안정성이 부각되는 기업 가치가 더 높아지며 해당 기업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리밸류에이션 국면으로의 진입이 가능할 것이다.

당사는 국내 기업의 디스카운트 요인 중 △글로벌 변동성(이익 변동성)이 축소되고 △한국과 이머징간 성장률 갭이 완화되고 있으며 △프리미엄 요인인 재무리스크 축소 및 기업 이익의 질적 개선이 이뤄졌다는 점에 근거해 시장 안정화가 가시화되는 2011년부터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다.첫째,대외 불안 진정 → 환율 변동폭 축소 → 기업 이익 및 이익 전망치의 변동성 축소 과정을 통해 기업 리스크 감소가 가시화되면서 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한국경제 특성 상 수출 비중이 높아 환율 변동에 따라 기업 이익 전망치도 급변동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따라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진정 및 그에 따른 외환시장의 변동성 축소는 국내 기업의 가치 재평가 기준의 한 축이 될 수 있다.실제 1997년 IMF 이후 환율 변동성이 축소되면서 이익 전망 조정폭도 지속적으로 축소됐다.2005~2007년 및 2008년 이후에도 비슷한 패턴이 발견된다.

두번째,디스카운트 해소가 예상되는 부분은 신흥국과 한국간 성장 격차 축소다.한국은 2000년 이후 이머징시장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 수준을 유지해 왔다.한국 경제성장률이 이머징 경제 대비 저성장세를 보인 것이 할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반대로 한국이 이머징보다 고성장세를 기록했던 1990년 초·중반 한국시장이 이머징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았다.2001~2002년 성장률 갭이 줄어든 이후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레벨업된 바 있었다는 점도 이에 대한 방증이다.

마지막으로 2004년 이후 한국 기업의 이익 규모가 확대됐고,이익의 질도 좋아졌다.이러한 변화가 영업이익 뿐만 아니라 경상이익에도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익의 질적 개선 효과가 기업가치 재평가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2008년을 제외하면 2004년부터 국내 기업의 경상이익이 영업이익 규모를 초과하며 순이익 증가에 기여한 바가 컸다.이 과정에서 지속적 이익에 해당하는 지분법 손익이 호조세를 기록하면서 이익의 안정성 및 수익성 개선이 가시화 됐다.이는 1회성 요인이 아닌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때문에 개선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익의 질적 개선에 따른 주가 프리미엄이 이미 충분히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에도 변동성 축소 과정에서 1차적으로는 경제성장률의 진폭과 주기가 짧아졌다.그뒤 안전자산 선호 현상 약화 및 변동성 감소에 따른 이익의 질적 개선이 나타나며 한국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경험이 있다.금융 환경의 변동성 축소는 주식을 둘러싼 주가 변동성과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요인이 축소되는 과정이 진행되는 전제 조건이다.

앞으로 이런 환경이 조성될 경우 기업 이익의 추세적 상승 국면 진입과 더불어 이익의 질적 성장이 부각되며 지수의 절대 레벨을 한단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현철 <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