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LPGA 김송희 선수에게

지난달 31일 LPGA투어 하나은행 챔피언십 마지막날 고개 숙인 김송희 선수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줄곧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라운드에서의 연이은 실수로 우승컵을 단짝 친구에게 내주며 아쉬운 미소를 짓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먼저 골프팬의 한 사람으로서 김 선수에게 마음으로부터 위로와 격려를 보냅니다.

대회 다음 날 일간지 헤드라인은 '88번째 실패'라고 장식하더군요. 그러나 결코 좌절하지 않길 바랍니다. "사람이 성공하는 것은 실패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실패에 결코 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휴대폰은 '애니콜 신화'로 유명하지만 생산 초기였던 1990년대 중반 모든 임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휴대폰 15만대를 불태우는 화형식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 때문이었죠.만약 그때 삼성전자가 품질 개선을 포기했더라면 애니콜 신화는 탄생할 수 없었겠죠.김 선수 역시 좌절하지 말고 88번의 실패를 더 크고 영광스러운 우승컵의 밑거름으로 삼길 바랍니다. 달갑진 않겠지만 '만년 2위'라는 말에 기죽지 마세요. 세상은 어느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처럼 '1등만 기억하는 드러운 세상'이 아닙니다. 사실 LPGA와 같은 글로벌 경쟁무대에서 2등을 하는 것만도 대단한 성적입니다. 비록 우승 타이틀이 없지만 김 선수의 아름다운 스윙은 골퍼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며 갤러리의 탄성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지금도 매우 훌륭하니 김 선수를 사랑하는 팬들을 위해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 주세요.

'무관의 여왕'이라는 꼬리표에 초조해 하지 마세요. 김 선수가 충분한 실력이 있음에도 우승하지 못한 이유는 경쟁을 즐기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선박왕 헨리 카이저는 수많은 선박을 신속하게 만들어 미국의 2차 대전 승리에 크게 기여한 사람인데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경쟁 속에서 즐거움을 발견하고 자신의 최고 역량을 발휘하는 데서 즐거움을 만끽하라."경쟁과 실력 표현 그 자체를 즐기라는 말이죠.우승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리고 LPGA투어를 즐기고 최고의 샷을 선보이는 데서 기쁨을 찾는다면 그린재킷은 어느 순간 김 선수에게 다가오리라 믿습니다.

도전 또 도전하세요. 우리나라는 불과 50여년 전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습니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결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게 됐으며 세계 경제를 이끄는 리더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불가능을 기적으로 만든 대한국민의 뜨거운 피가 흐르는 김 선수도 부단히 노력하고 도전한다면 머지않아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승자가 될 것입니다. 맞수와 함께 발전하길 바랍니다. '맞수기업열전'이란 책을 보면 맞수는 자신을 더욱 강하게 단련시키고 성장시켜주는 한없이 고마운 존재라고 하죠.세계 여자골프계를 호령하는 김 선수의 모습을 그려보면서,모든 2등과 도전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선수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동근 <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dglee@korcha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