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중국의 여전한 '네탓' 타령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에서 "중국의 경제정책은 중의학적 방식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병을 일으킨 원인균을 직접 공격해서 즉각 효과를 내도록 하는 서양식 치료법이 아니라 비록 속도는 늦지만 몸의 균형을 되찾도록 해 병을 고치는 중의학 치료법을 경제정책에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우 총재의 논리를 빌리면 서양식 치료법은 효과가 빠를지 몰라도 부작용이 따른다. 환율절상이란 주사는 무역흑자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얼마나 많은 중국 기업이 도산할지 모른다"(원자바오 총리)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그래서 환율을 아주 천천히 내리되 내수를 확대하고 서비스업을 키워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는 중국 방식이 타당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류밍캉 중국 은행감독위원회 주석 역시 비슷한 논리를 편다. 금융위기가 일어난 원인은 부실한 금융감독체계 때문인데,서양이 주도해온 금융감독체계는 즉석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파는 패스트 푸드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금융위기에서 한 발 비켜날 수 있었던 것은 패스트 푸드가 아니라 건강과 맛을 고려해 정성껏 만드는 정찬(正餐)과 같은 감독체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저우 총재나 류 주석의 주장은 금융위기를 불러온 서양식 금융질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이들의 논리가 현재 세계가 직면한 문제 해결에 적합하냐는 데는 선뜻 답을 하기가 어렵다. 중국 중심의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겠다는 욕심이 엿보이기도 하거니와 과연 중국식 치료법이나 정찬이 세계경제를 치유하고 발전시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중국식 정찬의 특징으로 개방되지 않은 금융시장 외에는 크게 눈에 띄는 게 없다. 중의학적 치료법을 경제정책에 준용했다면,작년 초 4조위안의 경기부양 자금을 비롯해 지난달 말까지 2년이 안되는 기간에 약 20조위안이 풀려나간 중국식 양적 완화의 부작용을 고려했어야 했다. 하지만 중국 인민은행은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됐음에도 이상기온으로 인한 식료품값이 오르고 있을 뿐이라며 느긋해 하면서 '완만한 통화확대' 정책을 지속해 물가 폭등을 초래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6000억달러의 양적 완화에 들어가기로 하자 이로 인한 유동성이 마구잡이로 유입돼서 중국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연일 날을 세우는 것은 아무래도 모양이 어색하다. 중국약의 효과가 뛰어나고 중국식 정찬이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약을 조제하는 의사나 음식을 조리하는 주방장의 능력이 부족하면 본래의 약효와 음식의 맛을 낼 수가 없다. 중국은 글로벌 리더인양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세계 경제를 운용해 본 경험이 없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값싼 물건을 만들어 외국에 팔아 큰 돈을 벌었으나 해외경기의 하락은 중국이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저우 총재)고 할 만큼 중국정부도 당황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중국의 대표적 관변 연구단체인 사회과학원은 최근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부의 발표와 큰 괴리가 있다고 이례적으로 지적했다. 지난 5년간 소비자물가가 7% 이상 축소 발표됐다는 주장도 폈다. 통계의 투명성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식 모델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강요하는 중국이라면 글로벌 리더가 되기엔 아직도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