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에 조업단축 '초강수'

울산 1공장 2시간 줄여

정규직 임금 8시간분만 인정
400여 협력사로 손실 파급 우려
금속노조 "12월 초 총파업" 결의
정규직 노조 "동참 신중히 결정"
현대자동차가 베르나 · 클릭 등 주력 수출차종을 생산하는 울산 1공장에 대해 2시간 조업단축에 들어갔다.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 노조 파업으로 2006년 생산라인 일부의 가동이 중단된 적은 있어도 현대차가 직접 조업단축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강호돈 부사장(울산공장장)은 22일 "울산 1공장의 조업을 주야간 각 2시간씩 단축키로 결정했다"며 "비정규 노조 파업이 장기화돼 정상적인 생산라인 운영이 불가능해지면 울산1공장을 대상으로 단계적 조업단축과 휴업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회사 측의 이 같은 조치로 당장 1공장에서 근무하는 정규직 근로자 3200여명은 이날부터 기존 10시간(정상근무 8시간+잔업 2시간)에서 잔업 2시간분이 제외된 8시간분만 임금을 지급받게 됐다. 또 400여개 중소 협력업체들도 이날부터 생산물량이 크게 줄어들어 비정규직 파업이 협력업체에 피해를 주기 시작했다.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자동차 업종의 특성상 현대차 생산물량이 조금만 줄어들어도 1차 협력사와 2,3차 협력업체가 피해를 입게 된다"며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자동차 제조와 수출 전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이 중소 협력업체 대비 30~40% 높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강 부사장은 이날 "하청노조는 열악한 처우와 근로조건으로 고통받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 이들이 받는 평균연봉은 4~5년차의 경우 4000만원 수준에 이른다"며 "이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올해 전국 근로자 임금평균의 1.4배나 되는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경주 외동공단의 1차 협력사 이모 대표(63)는 "1차 부품 협력사 가운데 연봉이 4000만원을 넘는 기업은 세종공업과 한일이화 등 일부 중견기업을 제외하면 극히 드물다"면서 "현대차 사내협력사는 후생복지 수준도 훨씬 나아 사내하청업체에 들어가려는 근로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8일째 이어진 비정규 노조 파업으로 9013대의 생산차질과 1012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에 따라 이상수 비정규직 지회장을 포함한 27명에 대한 고소고발에 이어 이날 3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추가 제기했다. 비정규 노조에 대한 전체 청구 금액은 60억원에 이른다.

대검찰청 공안부(검사장 신종대)는 이날 비정규직 노조의 불법파업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이날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어 현대차가 30일까지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내달 초 1차 총파업을 벌이기로 결의,현대차 비정규직 문제가 제3자가 개입하는 연대파업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금속노조 산하 최대 조직인 현대차 노조의 이경훈 위원장은 이날 "공권력 투입시 총파업을 각오하지만, 무책임한 파업은 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신중론'을 펼쳤다.

현대차 '비정규직 사태'는 지난 7월 대법원이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현대차는 파기환송된 판결이 다시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비정규직 노조는 판결에 따라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한다며 지난 15일부터 1공장 3층의 도어 탈부착 공정을 점거했다. 고용노동부는 정규직 전환은 근로조건과 무관하다며 비정규직 파업은 불법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