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회원·주차전쟁…'불편한' 코스트코 왜 잘나가지

● '멸종'된 줄 알았던 창고형 할인점의 반격

수입 냉동식품 많아 해외파 '향수'
협력사 경쟁제품은 진열 안 하고, 20% 저렴…반품 땐 손쉽게 환불
현금ㆍ제휴카드로만 결제 '불편'

미국계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 열풍이 거세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트코코리아의 지난 회계연도(2009년 9월~2010년 8월) 매출은 1조5788억원으로 전년 대비 29.7% 증가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여파로 국내 대형마트 기존점 매출이 뒷걸음질쳤던 한 해 전 19.9% 늘어난 데 이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트코는 국내에서 서울 양재 · 양평 · 상봉점,경기 일산점,대전점,대구점,부산점 등 7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지난 1년간 점포당 평균 매출은 2255억원으로 1000억원 수준인 이마트의 두 배가 넘는다. 회사 측에선 매장별 실적을 밝히지 않았지만,코스트코 양재점의 연간 매출은 3700억~38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과 전국 할인점 1,2위를 다투는 '빅 점포'로 성장했다. 국내 대형마트 '빅3'의 1위 점포인 이마트 은평점,홈플러스 월드컵점,롯데마트 월드점 등의 연간 매출(2200억~2500억원 수준)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특별한 매장 컨셉트

1994년 서울 양평점을 시작으로 국내 사업을 시작한 코스트코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콘크리트 바닥,대들보가 보이는 천장에 상품위치 안내 표지판도 없고 서비스 직원을 최소화한 불친절한 매장 구조 등으로 인해 '백화점식 할인점'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코스트코는 2000년대 중반 들어 호황을 누리기 시작했다. 김민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 팀장은 "미국 점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창고형 매장 구성과 코스트코에서만 살 수 있는 해외 상품들이 '해외파'에겐 향수를,국내파에겐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저렴한 가격과 차별화한 상품력

연회비 3만5000원(비즈니스 회원은 3만원)의 회원제로 운영되는 코스트코 경쟁력의 핵심은 저렴한 가격과 차별화한 상품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도매형 점포여서 소품종 대량 판매를 기본으로 상품을 대용량(벌크형)으로 포장하거나 여러 개 묶어서 판다. 이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 매장의 품목 수(SKU:stock keeping unit)는 4만개가 넘는 데 비해 코스트코는 4000여개에 불과하다. 그만큼 협력업체에 대한 '바잉파워'를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대신에 같은 품목에 대해선 경쟁사 제품을 동시에 들여놓지 않고,반품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재고를 관리하고 있다.

상품 구색이나 용량 등에서 국내 대형마트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지만,단위당 가격은 5~20% 정도 싸다. 고객이 반품을 요청하면 손쉽게 환불해 주는 것도 큰 강점이다.

코스트코는 미국 본사의 글로벌 소싱 시스템을 바탕으로 다량의 해외 상품을 직소싱해 판매하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국내 다른 할인점에서 찾아볼 수 없는 수입 냉동식품과 생활용품은 물론 유명브랜드 의류와 명품 시계,보석 등을 병행 수입해 싸게 판다. ◆불편한 서비스는 과제

코스트코를 이용하는 데는 불편한 점도 많다. 양재점에 주차할 수 있는 차량은 730대 정도로,마주 보고 있는 이마트 양재점(1700여대)에 비해 훨씬 적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주차하느라 북새통을 이룬다. 지난 주말에도 오후 2시가 지나면서 1층 주차장 입구에는 매장으로 들어서려는 차들이 줄을 서기 시작해 100m 이상 늘어서며 점포 인근 도로를 점령했다. 폐점시간(오후 10시)을 30분 앞둔 오후 9시30분께에도 매장에 진입하려는 차량들의 정체가 풀리지 않았다.

주말이면 식품 코너가 있는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앞에는 카트를 끈 쇼핑객들이 50m 이상 줄을 서야 하고,계산대도 혼잡한 편이다. 결제도 현금이나 삼성카드로만 가능하다. 점포 수를 추가로 늘리는 데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업태 특성상 차량 이용 고객이 많아 넓은 주차장을 가진 교외형 점포가 적합하지만,전국의 쓸 만한 부지는 이미 대형마트 '빅3'가 선점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울산에선 중소 상인들의 반발로 인해 건축 인 ·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서울 양재점의 고객을 분산시키기 위해 경기 용인 공세지구에 점포를 낼 예정이었지만 계약 지연 등으로 아직 착공하지 못했다.

송태형/강유현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