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구제금융] 일 찾아 해외로…'아일랜드 엑소더스' 재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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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긴축에 젊은층 이민 급증19세기 감자마름병으로 800만 인구 중 200만명이 해외로 이주했던 경험이 있는 아일랜드에 제2의 인구 '엑소더스(대탈출)'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22일 올해 1~4월에만 2만7000명이 아일랜드를 떠났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81%가량 이민자 수가 늘어난 것이자 1989년 이후 최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고강도 긴축정책 등으로 아일랜드 국민들이 2년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왔지만 실업률은 13% 이상으로 치솟고 임금 삭감,세금 인상,실업수당 등 복지 축소,퇴직연금 삭감 등 우울한 소식이 줄을 이으면서 이민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층 이민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영어권인 호주와 캐나다,뉴질랜드,미국,영국이 인기 '피난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다국적 기업들의 엑소더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구제금융 전제조건으로 논란이 됐던 아일랜드 법인세율 인상 문제는 기존대로 유지키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아일랜드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법인세 등 세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와 관련,일부 다국적 기업들이 법인세율을 올릴 경우 아일랜드에서 회사를 옮기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 법인세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법인세 인상 움직임에 대해 '엑소더스'까지 언급하며 회원사들이 기업 이전을 고려 중이라고 주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휴렛팩커드(HP),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인텔 등 미국의 4개 기업 임원들은 공개서한을 내고 "아일랜드의 법인세가 인상된다면 이는 (우리가) 아일랜드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투자를 유지하는 데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EU 집행위원회와 국제통화기금(IMF),유럽중앙은행(ECB) 등은 아일랜드 법인세율 인상이 미국 기업들을 경제적으로 독립하게끔 만들 것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며 "당장 아일랜드를 떠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일랜드 법인세율을 싱가포르나 인도,중국 등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컨설팅업체인 KPMG는 아일랜드가 법인세를 올리더라도 독일과 프랑스보다는 법인세가 낮은 스위스가 주로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태완/김동욱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