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차이나 리스크'] 철강·화학·LCD 공급과잉까지 겹쳐…中 흔들리면 한국은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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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후 의존도 더 높아져자동차 부품용 특수강 분야에서 세계 1위인 일본의 대동특수강은 지난 8일 인도 기업 선플랙과 기술 제휴를 맺었다. 일본 언론들은 해외에 기술을 수출하는 것에 극도로 민감한 특수강 업체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대신 인도에 첫발을 내디뎠다며 이례적인 '사건'으로 평가했다.
평판디스플레이·공작기계 등
中 수출 비중 2년새 10%P 늘어
긴축 따른 내수침체 대비 필요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19%로 한국(31%)에 비해 낮은데도 일본 산업계에서는 '차이나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일본제철-타타제철,JEF스틸-JSW스틸,스미토모금속공업-부샨스틸 등 4건의 일본 · 인도 철강업체 간 기술 제휴도 모두 작년 이후 이뤄졌다. 일본처럼 중국 의존도를 적절하게 조율하는 '차이나-아웃(out)' 전략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위험 수위 다다른 중국 수출 비중
한국의 중국 수출 비중은 주요 국가와 비교할 때 평균을 크게 웃돈다. 2008년 1분기와 비교해 올 1분기 국가별 중국 수출 증가율은 한국이 19.2%로 미국(17.3%),독일(11.0%),일본(6.3%),캐나다(0.8%)를 훨씬 앞섰다.
산업별로는 전자부품의 중국 수출 비중이 2008년 상반기 42.4%에서 올 상반기 55.8%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정밀기계(41.7%)도 5%포인트,비철금속(42.7%)은 1.9%포인트 높아져 40% 선을 넘어섰다. 품목별로는 평판 디스플레이(55%),금속공작기계(42.4%),건전지 및 축전지(58.3%),사무기기(44.4%) 등이 10%포인트 안팎 늘어났다. 강두용 산업연구원(KIET) 동향분석실 선임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경제 성장의 52%가 대 중국(홍콩 포함) 교역 효과 덕분일 정도"라며 "중국 수출 증가가 금융 위기를 극복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 '독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지 업체 반격 등 역작용 우려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중국의 '작은 기침'에도 국내 주요 산업이 크게 흔들리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수출 비중이 55%까지 늘어난 LCD(액정표시장치) 업체들은 3분기 중국 수요가 급감하자 감산을 해야 했고 3분기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줄었다. 전자 부품 수출이 늘어나면서 완제품 분야에선 중국 업체들의 반격까지 걱정하고 있다. 2008년 3분기 8.1%이던 삼성전자의 중국 내 TV 점유율은 올 3분기 4.9%로 떨어졌다. 반면 8.8%이던 TCL은 14.6%로,11.7%이던 하이센스는 15.9%로,14.4%이던 스카이워스는 16.9%로 현지 업체 상당수가 큰 폭으로 점유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등 범용 합성수지 제품 투자를 늘리면서 공급과잉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PE 시장 규모는 2006년 1125만t에서 올해 1415만t으로 25.8% 커졌다. 중국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한국 업체들은 수출 증가 등 일시적 반사이익을 얻었다. 하지만 2007년 이후 시노펙 등 중국 석유화학 업체들이 대규모 증설에 나서면서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현지 업체들의 자체 제품 조달 비중이 2006년(53.3%)에 비해 6.8%포인트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 수출 증가로 호황을 이어오던 철강 분야도 중국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규제방안을 내놓으면서 수요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중국 내 철강 생산능력은 7억~8억t 수준까지 늘어났지만 내부 수요는 5억t 안팎이어서 현지 공장 가동률이 70~80%까지 떨어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동남아시아 등지로 물량을 밀어내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에는 중국 수출이 줄어드는 동시에 동남아시아 수출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이정호/장창민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