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화경영시대] (下) 기업들 하소연 "마음은 굴뚝같지만…비용부담에다 정부 지원도 미미"

기업 10곳 중 1곳만 적극 실천
법인세 감면 등 세제지원 필요
선진국선 정부지원 확대 추세
"다양한 근무제가 도입되면 인건비가 많이 들고 근무체계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A기업 관계자)

가족친화경영이 일과 가정의 양립에 도움을 준다는 것에 대해선 기업들도 공감한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 중 상당수는 당장 도입하는 데 주저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가족친화제도는 일차적으로 기업의 비용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이득이 있다 하더라도 제도시행에 소요된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갤럽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303개사(대기업 153,중소기업 150) 가운데 '가족친화경영을 적극 실천한다'는 기업은 8.6%에 그쳤다. 가족친화경영 실천이 어려운 이유로는 '업무특성상 어려움'이 40.6%로 가장 많았고 '추가적인 비용부담'(30.4%)'인력관리 곤란'(16.8%)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은 가족친화경영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기본적으로 △가족친화인증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 세제혜택을 강화하고 △단축근무에 따라 발생하는 임금상승분을 보전해주고 △사업장 대체인력의 사회보험료를 지원해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수는 "프랑스,영국,미국 등 1970년대부터 일과 가정 양립을 강조한 국가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참여한 기업에 사회보장금 감액,중소기업에 대한 근로시간 단축개선 지원금 등을 제공하고 있다"며 "가족친화제도가 이직률 감소,만족도 상승으로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는 만큼 정부도 지원 확대로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족친화경영을 도입하려는 기업들에 대한 컨설팅을 강화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에서 가족친화경영 선도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유한킴벌리의 김혜숙 커뮤니케이션본부 이사는 "많은 기업인들로부터 '생산성이 정말로 올라가는가''어떻게 도입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이처럼 가족친화제도를 어떻게 도입해야 할지,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예측하지 못해 주저하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정부가 이에 대한 컨설팅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계숙 경희대 교수(아동가족학)는 "GS칼텍스와 같은 정유사 공장에는 보육시설을 짓는 것이 오히려 위험하고 콜센터나 제조업이 아닌 전문적인 업무를 다루는 분야는 유연근무,직무공유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업무특성에 맞춰 도입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 "가족친화제도 확산을 위해 긍정적인 성과 홍보가 중요하다"며 "대기업이 보육시설을 만들어 협력업체와 함께 사용하면 정부가 세제감면,보육비 지원 확대 등의 혜택을 주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김복재 여성가족부 가정정책과 사무관은 "현재 박순자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국회에 제출한 '교세특례제한법'에 가족친화인증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가족친화인증 기준도 대기업과 중소기업별로 차별화하고 인증절차도 간소화하는 등 친기업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한국경제·여성가족부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