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이익 챙긴 외국인 확인 중"

당국, 대규모 합동조사팀 투입…금융사 파생상품 관리 일제점검
옵션 사후증거금 제도 개선 추진
금융당국은 지난 11일 옵션만기일에 주가 폭락을 몰고온 '11 · 11 옵션쇼크'를 자본시장 신뢰를 저해하는 심각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와 함께 22일 자청해 합동 브리핑을 실시한 데서 이 같은 인식이 잘 드러난다. 이 같은 공동대응이 흔치 않은 일인데다 브리핑 일정도 이날 아침 갑작스레 잡힌 점이 긴박한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검사팀 규모 2~3년래 최대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에 불공정을 의심할 만한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정의 금감원 조사1국장은 "불공정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공식 언급한 것 자체가 금감원 입장에선 거의 전례가 없다"며 "의심해 볼 부분이 많고 사회적 파장이 큰 점을 감안해 조사 사실을 밝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사건 발생 다음 날인 12일 거래소와 공동조사에 착수했고,한국 도이치증권에 총 5명의 검사팀을 파견한 상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투입된 검사인력 규모면에서 2~3년 새 발생한 사건 중 최대"라며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의 협력을 받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거래자료 확보…조사 순조로워"이 같은 집중조사 배경에 대해 조인강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당일 장 마감 전 10분 동안 이뤄진 매도차익거래 2조4000억원의 97%인 2조3000억원이 단일창구(도이치증권)를 통해 이뤄져 불공정거래로 의심해 볼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이번 사태의 전모를 밝히기가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지난 열흘간 조사를 통해 일정한 성과를 거뒀음을 내비쳤다. 이 국장은 "도이치 서울지점의 관련 거래내역을 확보하는 등 검사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보통 4개월가량 걸리는데 이번엔 더 빨리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일정 부분 혐의를 확인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매도주문을 낸 계좌의 '운영주체'와 당일 거래 급변에 따른 이익을 누가 가져갔는지 '계산주체'를 밝혀내는 게 핵심"이라며 "현재 계산주체를 파악 중"이라고 말해 운용주체에 대한 파악이 마무리 단계임을 시사했다.

◆부작용 막을 급한 대책부터 우선 도입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자본시장의 취약한 부분을 바로잡는 기회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회사들의 파생상품 관리 실태를 전면 점검키로 했다. 조 국장은 "소수의 영향력에 의한 단기간 급격한 주가 변동성 확대는 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의 신뢰를 저해한다"며 "사태의 원인 파악과 제도 개선안 마련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시급한 개선조치를 우선 취하고, 진상파악 뒤 추가 대책을 마련하는 단계적인 보완을 추진키로 했다. 1단계로는 금융투자회사들의 위험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사후증거금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가이드라인은 내부통제를 강화해 결제리스크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며,사후증거금은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안이 검토된다.

2단계 조치는 조사 결과를 반영해 마련할 예정이다. 장종료 10분간 동시호가 단일가 매매로 옵션 결제가격을 결정하는 현행 방식의 타당성과 프로그램 매매 사전보고(선샤인) 제도 개선이 주요 점검 대상이다. 또 차익거래잔액 공시의 신뢰도 제고방안도 강구한다는 계획이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