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본이동 규제를 위한 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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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성 자금 유입 방치해선 안돼정부가 외국인들의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를 부활시킨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5월부터 외국인의 채권투자 시 이자소득세와 양도소득세에 대한 원천징수가 면제돼 왔다. 부족사태를 겪었던 외화유동성 공급을 위해서였다. 급격한 자본의 유출입이 가져올 수 있는 폐해를 고려할 때 과세 복귀는 올바른 방향으로 평가된다. 채권투자의 기대수익을 낮춰 외국자본 유입의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불가피해
그간 과세의 필요성에도 불구,금융시장의 대외개방이라는 흐름을 유지해 온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반대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정책 시행 1년 반 만에 입장을 뒤집을 경우 신뢰성을 손상시킨다는 우려도 더해졌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단기간 내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시장에 외국자본이 너무 많이 들어왔다. 금융위기 이후 두 차례에 걸친 미국의 양적 완화 등과 맞물려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 공급이 크게 증가한 결과다. 특히 채권시장을 통한 유입이 급증,올해 10월 말까지 우리나라에 대한 순채권투자액은 21조원에 달한다. 앞으로 외국 금융회사들의 디레버리지가 일어날 경우 상당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규모다. 되돌아보면,우리 나라는 중남미의 몇몇 국가들과 더불어 급격한 외국자본 유출입의 부작용을 가장 혹독하게 겪은 편에 속한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로 인해 국가부도가 우려될 정도로 심각한 외화유동성 위기를 겪었고 환율이 급등락했다.
개방경제에서 자유로운 자본 이동과 환율의 안정성,통화정책의 독립성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는 없다. 따라서 다른 두 목표에 비해 정책적 우선 순위에서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자본이동에 대한 부분적인 규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7월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채권투자 증가로 장기금리가 오르지 않았다. 외국 자본 유입으로 인해 통화정책의 효과성이 떨어진 사례다.
지난주 금통위가 물가 급등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결정한 데에도 외국인 채권투자 비과세 철회 등 자본유출입 규제장치의 도입 전망이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마침 자본 유출입 규제와 관련된 국제사회의 인식도 변화되고 있다. 토론토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이미 은행세 도입을 국가별 자율에 맡기기로 합의한 바 있다. 서울 G20회의에서는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신흥국의 핫머니 차단을 위한 적절한 대책을 인정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와 각국 사이에 맺어진 이중과세방지 협정 등으로 인해 실제적인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외환시장 여건에 따라 탄력세율을 조정하고 경우에 따라 더욱 효과적인 규제장치를 도입할 수도 있다는 시그널을 준 것만 해도 의미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시행해 보고 효과가 적으면 선물환 비율 한도 축소나 은행세 부과 등 대책을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외국 자본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되돌아볼 필요성도 있다. 기술이전이나 고용증진 효과가 있는 직접투자를 통한 외국 자본 유입은 적극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자본부족이 더 이상 우리 경제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현실에서 주식이나 채권 등 포트폴리오 투자는 다른 문제다. 특히 단기차익을 노린 핫머니성 포트폴리오 투자자금을 환영할 이유는 없다. 원화 절상의 원인이 되는 데다 급격한 유출로 잠재적인 외화유동성 위기의 원인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G20 선언을 포함,자본이동 규제에 관한 흐름의 변화를 감안해 우리 경제의 거시 안정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신민영 < LG경제硏 경제연구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