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눈앞의 '차이나 리스크' 보다 더 두려운 것

우리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는 추세를 과연 어떻게 볼 것인가. 산업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전체 수출에서 대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글로벌 위기 이전의 27%에서 31%로 높아졌다. 석유화학의 중간원료 등 일부 품목의 경우 중국 수출의존도가 무려 70%를 넘어섰고, LCD 등 일부 주력업종은 중국 시장에서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한국 경제는 중국 경제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대응책 마련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중국시장이 큰 힘이 됐던 점을 부인할 수 없고,외환위기 이후 우리 주력산업들의 급성장 역시 중국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중국의 긴축정책이 이미 가시화되는 마당에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은 위험도 또한 그만큼 높다는 점에서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당연하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만약 한국 경제가 중국효과에 도취된 나머지 산업의 새로운 구조개편의 타이밍을 놓쳐버린다면 더욱 심각한 일이다. 사실 중국 시장으로 인해 적어도 지난 10년간 한국 산업의 구조전환 동기가 약화된 측면이 분명히 있다. 대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구조조정에 직면한다면 그 타격은 심각할 것이다. 중국과 대부분 겹치는 신산업 경쟁에서 앞서지 못하면 우리로서는 앞으로 설땅마저 없어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중국화되느냐,아니면 중국과의 차별화냐의 중대 기로에 서 있는 형국이다. 정부는 물론 기업도 보다 근본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