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자율고 지정취소는 무효"

법원, 진보 교육감에 패소 판결
진보성향 교육감이 이미 결정돼 있는 자율고 지정을 자기 소신에 반한다며 취소했다가 법원에서 패소했다.

전주지법 행정부(부장판사 강경구)는 23일 남성 · 광동학원이 전북교육청(김승환 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율형 사립고의 지정 · 고시 취소처분 취소소송'의 선고 공판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율고 지정 당시 원고들이 피고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원고들은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해 법정부담금을 충분히 납부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또 자율고 지정으로 고교 평준화 정책에 입각한 현행 고교입시 제도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율고의 학생납입금이 일반고에 비해 많지만 이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재정결함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자율고 지정을 취소할 만한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생겼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두 학교 법인에 대한 교육청의 자율고 취소 처분은 재량권을 벗어난 것"이라고 판시했다.

진보성향의 김승환 교육감이 이끄는 전북교육청은 8월 초 자율고로 지정된 남성고와 중앙고의 학교법인 측이 법정부담금 납부 가능성이 불확실하고 평준화 정책에 반한다는 이유로 두 학교의 자율고 지정을 취소했다. 이에 반발해 두 학교 법인은 자율고의 지정 · 고시 취소처분 취소소송과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법원은 9월 초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번 판결로 김 교육감이 교육과학기술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추진했던 교육개혁 정책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남성고와 중앙고는 자율고로서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전북교육청이 즉각 항소 입장을 밝혀 자율고 지정취소 논란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성 전북교육청 대변인은 "이번 판결은 교육 공공성에 대한 인식 부족을 드러낸 것"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최상범 남성고 교감은 "이번 판결로 자율고를 둘러싼 논쟁은 끝나야 한다"면서 "앞으로 자율형 사립고의 역량을 높이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