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ㆍ러 '기축통화 흔들기'…교역때 달러 안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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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ㆍ루블화만 결제 합의
에너지ㆍ철도 협력도 강화키로
중국과 러시아가 연 500억달러가 넘는 양국간 교역 결제 때 달러 사용을 중단하고 위안화와 루블화 등 자국 통화를 사용하기로 했다.
차이나데일리는 24일 '중국과 러시아,달러 중단'이라는 기사에서 러시아를 방문 중인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올 들어 9월까지 양국간 교역 규모는 전년 동기에 비해 56.4% 증가한 418억달러에 달했다. 중국은 올 한 해 양국 교역 규모가 5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변경무역 등에서 위안화 또는 루블화를 결제통화로 사용하고 있지만 달러를 배제하지는 않았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교역 결제 통화로 달러뿐 아니라 자국 통화를 함께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중동 중남미 국가들 사이에서도 진행돼왔지만 달러를 교역 결제 통화에서 아예 배제하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처음이다.
지난해 초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인민은행 총재가 달러 대신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새 기축통화로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촉발된 달러 기축통화 지위 흔들기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중국이 최근 행보를 서두르고 있는 위안화 기축통화 만들기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부터 중국의 은행 간 외환시장에서 위안화와 루블화 직접거래가 시작됐다. 종전에는 위안화로 루블화를 매입하려면 달러 등 다른 통화를 거쳐 간접거래 방식을 이용해야 했다. 이에 따라 중국 외환시장에서 위안화와 직접거래가 가능한 통화는 미국 달러,유로,엔화,홍콩달러,영국 파운드,말레이시아 링깃을 포함해 7개로 늘어났다. 위안화와 직접거래가 가능한 통화를 늘리는 이유는 위안화 무역결제를 확대하고 환전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중국 외환교역센터는 설명했다.
차이나데일리는 "중국과 러시아가 교역결제 때 자국 통화를 사용하기로 한 것은 양국 간 긴밀해진 관계를 반영하고 달러 사용에 따른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것이지,달러에 도전하는 게 목적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왕궈강 소장은 최근 한 포럼에서 "금융위기 후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역할이 많이 약화되고 있어 현행 달러 중심 국제통화 체제가 기축통화 다원화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기축통화의 다원화는 각 국가들에 선택의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원 총리와 푸틴 총리는 에너지 철도 항공 지식재산권 부문 등에서도 협력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해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