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공영방송 본분 잊은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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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료를 올려서 만든 드라마와 쇼 프로그램들을 외국에 공짜로 뿌리고 있어요. 이건 민간 방송사업자들의 해외 사업에 재를 뿌리는 겁니다. 지방자치단체와 관광공사 등의 광고로 수익은 따로 올리면서 말이죠.KBS가 공영방송 맞습니까?"
KBS가 광고는 유지한 채 시청료를 월 1000원 올리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간 뒤 방송업계 종사자인 K씨는 출장지인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부아가 치민다"며 이메일을 보내왔다. 아시아 각국에 채널을 론칭하는 일을 하는 그는 현지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난감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했다. "KBS는 공짜로 송출하는데 왜 당신은 시청료를 받으려 합니까?"KBS월드는 아이케이블(홍콩) 등 주요 플랫폼에 채널을 무료로 공급한다. 일본에서는 엠넷미디어가 가입자당 월 1500엔을 받는 데 비해 KBS는 절반 수준인 월 730엔만 받는다. 우리 콘텐츠를 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KBS는 항변한다.
콘텐츠 구성은 주간 편성의 62%가 오락물이다. 공영방송에 걸맞은 교양물이나 뉴스는 뒷전이다. 이들 프로그램에 제주도,한국관광공사 등 공공 기관과 지방자치단체들의 광고를 얹어 수익을 올린다.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아니라 광고에 기반한 상업방송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경쟁사인 일본 NHK월드는 뉴스와 다큐멘터리 등 교양물 위주로 편성하고 광고도 붙이지 않는다. 교양물도 '한국의 문화' 등 현지 소비자에 맞는 콘텐츠를 새로 제작해 내보낸다. KBS가 공짜로 제공하는 드라마와 쇼는 아시아인들이 좋아하는 '한류 콘텐츠'로 마땅히 제값을 받고 수출해야 하는 상품이다. K씨는 "이런 식으로 민간의 사업을 저해하는 KBS가 시청료까지 올리는 것은 특혜를 독점하는 것이며 공정 경쟁과도 거리가 먼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인규 KBS 사장은 시청료 인상 배경에 대해 "공영성을 강화하고 디지털 전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영성을 강화하려면 광고를 줄여야 하고,디지털 전환 비용은 연간 1000억원이나 되는 수익금으로 충당해야 하며,그것도 아니라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방송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유재혁 문화부 기자 yoojh@hankyung.com
KBS가 광고는 유지한 채 시청료를 월 1000원 올리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간 뒤 방송업계 종사자인 K씨는 출장지인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부아가 치민다"며 이메일을 보내왔다. 아시아 각국에 채널을 론칭하는 일을 하는 그는 현지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난감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했다. "KBS는 공짜로 송출하는데 왜 당신은 시청료를 받으려 합니까?"KBS월드는 아이케이블(홍콩) 등 주요 플랫폼에 채널을 무료로 공급한다. 일본에서는 엠넷미디어가 가입자당 월 1500엔을 받는 데 비해 KBS는 절반 수준인 월 730엔만 받는다. 우리 콘텐츠를 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KBS는 항변한다.
콘텐츠 구성은 주간 편성의 62%가 오락물이다. 공영방송에 걸맞은 교양물이나 뉴스는 뒷전이다. 이들 프로그램에 제주도,한국관광공사 등 공공 기관과 지방자치단체들의 광고를 얹어 수익을 올린다.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아니라 광고에 기반한 상업방송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경쟁사인 일본 NHK월드는 뉴스와 다큐멘터리 등 교양물 위주로 편성하고 광고도 붙이지 않는다. 교양물도 '한국의 문화' 등 현지 소비자에 맞는 콘텐츠를 새로 제작해 내보낸다. KBS가 공짜로 제공하는 드라마와 쇼는 아시아인들이 좋아하는 '한류 콘텐츠'로 마땅히 제값을 받고 수출해야 하는 상품이다. K씨는 "이런 식으로 민간의 사업을 저해하는 KBS가 시청료까지 올리는 것은 특혜를 독점하는 것이며 공정 경쟁과도 거리가 먼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인규 KBS 사장은 시청료 인상 배경에 대해 "공영성을 강화하고 디지털 전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영성을 강화하려면 광고를 줄여야 하고,디지털 전환 비용은 연간 1000억원이나 되는 수익금으로 충당해야 하며,그것도 아니라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방송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유재혁 문화부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