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이래도 북한이 反국가단체 아닌가

지난 7월23일 남북공동실천연대 간부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내려졌다. 이용훈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2명은 다수 의견으로 북한을 반(反)국가단체로,실천연대를 이적단체로 보는 판례를 유지했다. 그러나 진보 · 소장파 판사들을 대표하는 박시환 대법관은 "북한을 대한민국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단체라고만 할 수는 없다"며 반대의견을 내놨다. 북한이 국가와 다름없는 체제와 구조를 갖췄고,대한민국 역시 북한을 여느 국가와 크게 다르지 않게 상대하고 있다는 논리에서였다. 다른 대법관들은 그런 현실적인 측면이 있더라도 북한이 남한의 전복을 목표로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을 반국가단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의견이었다.

북한을 반국가단체로만 볼 수 없다는 박 대법관의 '소수의견'은 그로부터 한참 뒤인 최근 알려져 다시 한번 논란이 됐다. 그의 '북한 반국가단체 배제론'은 지난 23일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23일은 북한이 사전통보 없이 민간인이 사는 연평도에 무차별 포격을 퍼부은 날이다. 어부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던 마을은 북한 포사격에 쑥대밭이 됐다. 가옥은 불탔으며 주민들은 포화를 피해 배를 타고 육지로 향했다. 우리 영토를 수호하다가 장병 2명이 목숨을 잃었고 많은 사람이 중경상을 입었다. 아들의 전역을 기다리던 부모는 날벼락 같은 소식에 병원으로 달려와 참혹한 시신 앞에서 오열했다. '같은 민족' 운운하며 식량 지원을 요청한 북한이 예측 불가능한 도발을 한 것이다. 박 대법관의 '소신'과 북한의 대한민국 포격을 오버랩시키는 것은 그를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다. 법관으로서 북한의 이런 행동이 반국가단체의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지를 묻고 싶은 것이다. 법관은 증거주의를 중시하는 직업이다. 북한의 공격으로 연평도가 불타는 장면만큼 명백한 반국가단체의 증거가 어디 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민간인을 향해 대포를 쏘고 20세기 이래 초유의 3대 세습체제를 구축하고,인권을 탄압하는 북한이 과연 '국가'로서 인정받을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박 대법관은 북한이 반국가단체가 아니라는 말을 연평도 주민들 앞에서도 할 수 있을까.

이현일 사회부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