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추세 바꿀 악재는 아니다" 아침부터 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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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6억원 쓸어 담아"아침 회의에서 증시가 급락할 경우 주식을 싸게 사는 기회로 삼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전일 장 마감 무렵 연평도 포격 소식이 전해지긴 했지만 회사가 운용하는 펀드로는 자금이 들어왔습니다. "
이날 기관의 대규모 매수에 대한 양정원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기관은 펀드에서 보유 중인 현금과 조정을 이용해 들어온 자금을 오전부터 저가 매수에 투입했다. 이번 사태가 증시 추세를 망가뜨릴 정도의 악재는 아니라는 판단을 한 때문이다. 기관은 이날 하루 동안 정보기술(IT) 금융 업종을 중심으로 동반 매수에 나서 4136억원어치를 거둬들였다. 장 초반 쏟아진 개인매물을 작정한 듯 쓸어담으며 개장 한 시간 만에 2000억원이 넘는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특히 연기금은 2053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주식 비중 확대 기회로 삼는 기색이 역력했다. 국민연금은 이날 우리 신한BNP파리바 하이자산운용 등 액티브퀀트 위탁운용 3개사에 600억원씩 총 1800억원을 집행했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연평도 포격이 투자심리에 부정적이지만 그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점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며 "경기 흐름에 영향을 줄 만한 요인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수가 약보합권까지 올라온 건 유동성이 얼마나 풍부한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빠지면 사겠다는 대기 매수세가 많다"고 말했다.
기관은 연평도보다는 미국과 유럽쪽을 더 주목하는 모습이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26일) 소비와 유럽재정 문제로 다시 돌아가 판단해야 한다"며 "미 소비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