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佛자금 대출계약서 제출 거부" 정책금융公 사장, 자금 조달에 의문 제기

국회 정무위 답변 "1조2000억 무담보 대출 쉽지 않아"
현대그룹 "입찰 규정 따라 MOU 즉시 체결돼야"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사진)은 24일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에 예치된 현대상선 대출금 1조2000억원을 증빙할 수 있는 대출계약서를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현대그룹 측에서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이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이 "현대그룹의 (신용대출) 주장이 맞는지 계약서를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이같이 답했다. 유 사장은 이어 "(자료제출 거절에 대해) 법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그룹은 이에 앞서 지난 23일 나티시스은행 예치금 1조2000억원에 대해 "현대상선 프랑스 현지법인이 해당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것"이라며 "현대건설 주식 또는 현대그룹 계열사 자산 등을 담보로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로 간 자금출처 논란

유 사장은 현대그룹의 자금조달 계획과 관련,"심정적으로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법적으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자산 33억원의 해외법인이 무담보로 1조2000억원을 빌리는 것이 가능한 일이냐"고 묻자 "통상적으로 쉽지 않다"고 답했다. 유 사장은 또 "현재까지 이뤄진 매각절차 전반에 대한 법률적 사항을 신중히 검토해 양해각서(MOU) 체결 등 향후 일정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또 "매입 후 2년은 해당 자산을 일체 처분할 수 없도록 담보제공 금지 조항을 만들고 사전에 지급보증을 받거나 에스크로로 별도 자금을 예치하는 등 안전장치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1조2000억원의 주인이 나티시스은행 자회사인 넥센캐피털이라는 주장과 관련해선,"얘기는 듣고 있지만 확인되지 않았고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며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알아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측은 "입찰 규정에 따라 MOU가 즉시 체결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자금조달 증빙과 관련해선,"MOU에 근거해 채권단이 요구하는 추가 해명 및 제출서류에 대해 성실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야 "출처 꼭 확인해야"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프랑스 은행으로부터 빌린 자금의 출처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는 현대건설을 현대그룹이 가져가든,현대차가 가져가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 세금이 투입된 기업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국민 경제를 병들게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은 "채권단의 평가 항목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자금 조달의 건전성에 대한 평가가 없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는 국세청이 과세를 하려 해도 투자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공적 자금이 들어간 기업을 매각할 때 자금 출처 증명이 불투명하면 감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은 프랑스 은행에서 빌린 1조2000억원의 자금을 국내로 들여올 때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외국환거래법 8-1조 3항에 따르면 현지금융으로 조달한 자금은 법에서 인정하는 경상거래 결제자금을 제외하고는 국내에 유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태훈/박동휘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