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 장부로는 현금 유출입 파악 어려워"

투자자가 보는 IFRS 문제점

현금흐름표 만들 때 별도 구분 표시 의무 없어
차입금 내역기재도 허술

국제회계기준(IFRS) 방식 재무제표에선 이용자들이 기업의 채권회수,채무상환 여부,대출금의 상세내역 등을 알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항목은 주식투자자를 비롯해 회계장부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인데도 IFRS 규정이 느슨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IFRS 방식 재무제표에서는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얻는 매출채권(외상매출금,받을 어음) 매입채무(외상매입금,지급어음) 등 실제 현금유출입의 변화를 정확히 표시하지 못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차대조표(재무상태표)를 작성할 때는 매출채권과 매입채무를 구분해 표시해야 하지만 현금흐름표를 작성할 때는 구분이 의무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수한 채권이나 변제한 채무액을 알 수 없어 기업의 현금흐름 변화를 정확히 알아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IFRS를 조기 도입한 한 상장사 관계자는 "IFRS에 따르면 현금흐름표를 작성할 때는 '매출채권 및 기타자산''매입채무 및 기타채무'라는 항목으로 포괄적으로 표시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표기가 미흡하다고 보고 금융감독원이 매출채권과 매입채무를 독립항목으로 표시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굳이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판단해 구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는 "기타 자산과 기타 채무에는 이상한 항목들도 많이 들어가 있어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유출입을 정확히 알아내기 힘들다"며 "현금흐름표 상 관련 항목이 표시돼야 회수한 매출채권이나 갚은 매입채무 규모를 파악해 재무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IFRS에서는 기업이 외부에서 빌린 돈의 내역을 공시하는 '차입금 명세표시' 관련 규정도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차입금 명세는 한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항목인데도 최근 IFRS 도입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를 주석에 표시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거래 금융회사가 어디인지,아니면 사채인지 등을 기재하고 조달금리까지 잘 표시해 왔지만 IFRS가 도입되기 시작한 작년부터 슬그머니 누락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IFRS 조기 도입 기업 중 올 반기보고서에 LG화학 LG하우시스 중앙백신 우원개발 다스텍 등이 차입금의 상세내역을 주석에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IFRS 도입을 자문하는 회계사들이 차입금을 상세하게 표시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조언하면서 지금까지 잘 공시돼왔던 중요한 정보들이 감춰지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재무정보를 표기하도록 적극 유도하고,회계장부 이용자들의 대표격인 금융투자협회나 은행연합회도 관심을 갖고 기업들에 재무정보 공시 확대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