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의 날] 수출 'TOP 7' 코리아가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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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자동차 주도…올 수출액 4660억弗 전망
한국이 세계 7대 수출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올해 수출은 전년에 비해 28.2% 증가한 4660억달러를 기록,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전망이다. 무역수지도 420억달러 흑자가 예상된다. 중국,브라질,인도 등 신흥국 중심으로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주요 수출 국가 가운데 대(對) 신흥국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한국이 수혜를 입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향후 개선해야 할 요인이다. 미국,EU(유럽연합) 등 선진국 시장에도 수출할 만한 고부가가치 수출 품목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내년 전망과 관련,수출 업체들이 가장 눈여겨 보는 대목은 환율이다. 유로존 재정 불안,중국의 긴축 정책,미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해 전문가들은 환율이 큰 폭으로 출렁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 수출 '역대 최대' 기록
올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성과는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파에서 확실히 벗어났다는 점이다. 수출금액은 올 2월부터 금융 위기 이전인 2008년 수준을 웃돌아 10월까지 수출 누계액이 2008년 대비 4.4% 증가했다. 10월 수출 금액은 433억6000만달러를 기록해 월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로써 한국은 중국,미국,독일,일본,네덜란드,프랑스에 이어 세계 7위(WTO 자료,9월까지 누계 기준)의 수출 강국으로 올라섰다. 2007년 11위,2008년 12위,2009년 9위에서 단숨에 7대 강국에 등극한 셈이다. 이경태 국제무역연구원 장은 "지난해 금융위기를 겪으며 전 세계 수출물량이 크게 감소(-11.8%)한 데 비해 한국은 소폭(0.6%) 증가했고,올해도 12%가량 늘어났다"며 "세계 주요 수출국 중 한국,중국,홍콩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수출이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품목별로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가 수출 성장을 견인했다. 반도체의 수출 증가율(10월까지 누계)이 75.6%로 가장 높았고,자동차부품(69.9%),자동차(44.1%),석유제품(38.5%),일반기계(34.9%),액정디바이스(33.4%),석유화학(32.2%),가전(30.8%),철강제품(23.4%) 등이 뒤를 이었다.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휴대폰(무선통신기기)은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뒤처져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지역별로는 중국,아세안,중남미 등 신흥개도국으로의 수출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중국,러시아,브라질,인도가 한국 수출 먹여살려한국 수출호(號)의 순항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신흥국의 수출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을 들고 있다. IMF에 따르면 한국의 신흥국 수출 비중은 59.6%로 일본(43.3%),독일(29.0%),이탈리아(31.6%),미국(41.9%)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한국의 통계 기준으로는 신흥국 수출이 전체에서 7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수출은 '중국 등 신흥국으로의 부품 · 소재 수출→신흥국의 최종 소비재 생산→선진국 수입'으로 구성된 순환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 올해 중국,멕시코,슬로바키아,인도 등으로 반도체,액정디바이스,컴퓨터 및 TV 부품,자동차 부품 수출이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선진국 경기가 작년에 비해 회복 기미를 보인 덕분이다.
이 같은 수출 구조는 또 하나의 장점을 갖고 있다. 신흥국의 내수 시장에 대한 공략도 수출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브라질,인도 등 신흥국들은 선진국에 비해 빠르게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내수 시장을 키우고 있다. 자동차가 대표적인 사례로 10월 누계 기준으로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이 높은 지역은 러시아(121.0%),칠레(92.7%),중국(92.4%),브라질(66.9%),사우디아라비아(31.8%) 등이다. 하지만 이 같은 수출 구조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권영대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향후 우리 수출의 호조세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성장성이 가장 큰 신흥개도국 내수시장을 공략하면서 동시에 규모가 큰 선진국 시장으로의 수출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산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올해 경제 성장의 절반가량을 중국에 의존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만일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이에 따른 악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원 · 달러 환율이 하락 기조에 있고,원자재값의 변동폭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장애물이긴 하지만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10.7% 증가한 516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권 실장은 "무역 규모도 사상 최초로 1조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