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붕괴론 또 대두…잿빛 앞날

[0730]유럽 전역에서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유로화 붕괴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그리스와 아일랜드에 이어 포르투갈과 스페인까지 위험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시장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회원국 중 경제가 취약한 나라부터 도미노처럼 쓰러져 우량 국가들의 지원 여력이 한계에 봉착해 결국 유로화가 무너질 것이라는 논리다.이런 비관론은 각국의 상이한 경제 상황을 토대로 통일적인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유럽 단일통화의 근본적 한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유럽,스페인 무너지면 감당 안돼
뉴욕타임스(NYT)는 25일 “유럽은 그리스와 아일랜드,포르투갈까진 감당할 수 있겠지만 스페인마저 무너진다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며 “스페인의 경제 규모가 이들 3개국을 모두 합친 것의 2배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이 신문은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피하기 위해 아일랜드처럼 재정긴축 계획을 채택해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가 생각했던 것보다 은행들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나면 지원이 필요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마드리드의 경제학자 마블로 바스케즈는 “유럽은 아일랜드에 이어 포르투갈이 무너져도 감당할 수 있지만 스페인은 아니다”며 “스페인이 취할 수 있는 최후의 방어선은 이른바 ‘대마불사’ 논리와 유로화 시스템 자체에 대한 위험이라는 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그리스 재정위기 당시 “앞으로 15~20년 뒤 유로존이 분열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으며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아시아 회장은 최근 “유로존은 재정 통합이 뒷받침되지 않은 통화동맹이라는 점에서 큰 결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25일 유로화는 유로당 1.3297달러로 2개월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24일 스페인과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는 2.59%포인트까지 벌어져 유로화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한편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날 벨기에도 재정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흔들리는 스페인…곳곳에 이상 징후
블룸버그통신은 내년 스페인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나올 압류주택이 올해의 3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이날 보도했다.지난 9월 말 이후 스페인 은행들은 변경된 회계기준에 따라 자산 가치 하락분을 장부에 반영해야 하는데 이들은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길 기다리기 보다는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보유한 악성자산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 은행 25개를 대신해 압류 부동산 매물을 중개하는 홈페이지를 개설한 피소스 엠바르가도스 데 방코스 공동 창업자인 페르난도 아추나는 “현재 은행이 내놓은 개인주택과 아파트가 약 10만호에 이른다”고 설명했다.지난달 스페인 중앙은행인 스페인은행은 “자국 은행들의 건설,부동산 관련 악성 채권은 총 1810억유로 규모”라고 밝혔다.

지난 2년간 부동산 및 건설회사 2600개가 문을 닫았고 2007년 이후 실업률은 2배 이상 상승해 20%에 육박하는 등 스페인 경제는 깊은 침체에 빠져있다.스페인 은행들이 지금껏 털어낸 부실 자산 규모는 약 700억유로에 이른다.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이 향후 5년간 2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독일은행 총재 “유로화 외엔 대안 없어”
미국,영국의 유로화 흔들기가 재개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으나 유럽 대륙에서는 유로화가 결국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 기축통화로 기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유로화가 붕괴할 경우 유럽 국가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에 각국이 어떻게든 유로화를 지켜낼 것이며,유럽 경제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서는 훨씬 나은 상황이라는 점이 이같은 주장의 배경이다.

차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거론되는 악셀 베버 독일 중앙은행 총재 겸 ECB 집행위원은 유로화를 대체할 수단은 없다고 강조했다.이날 베를린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한 베버 총재는 “유로화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통화 중 하나이며 금융위기에서 유럽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며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경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유로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그는 이날 “유로존 국가들의 연대감이 1년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면서 “유로화가 결국 위기를 극복하고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고 말했고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도 유로화의 생존 문제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