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외환거래법 위반 여부 살펴보겠다"

● 유재한 정책금융公 사장

"29일까지 MOU 맺어야"…현대그룹 대출계약서 제출 거부
현대건설 채권단은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그룹이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에서 담보 없이 빌렸다고 설명한 1조2000억원의 대출계약서를 직접 확인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법과 입찰 규정에 명시된 시한인 29일까지는 양해각서(MOU)를 맺어야 한다"며 대출계약서 제출을 거부했다. ◆채권단 "28일 이후 대응 방안 내놓겠다"

정책금융공사 외환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채권은행들은 "MOU를 맺기 전에 대출계약서를 봐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정부가 대주주인 정책금융공사의 유재한 사장은 26일 "현대그룹이 28일까지 대출계약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채권단이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며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마감 시한 연장이라든지 예비협상자와의 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말하기가 이르다"며 "28일까지 기다려 보고 방안을 생각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그룹과 MOU를 체결하자고 주장했던 외환은행도 "현대그룹이 대출계약서를 제출할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쪽으로 선회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마감 시한을 연장하는 것이 가능한지 등에 대해 법률적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과의 MOU 체결 시한인 29일을 넘길 경우 △마감 시한을 연장하거나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과 협상을 시작하는 방안 등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29일까지 MOU 안 맺으면 위법"현대그룹은 채권단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적법하게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채권단이 아무런 근거 없이 MOU를 맺지 않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며 "늦어도 법과 입찰 규정에 명시된 시한인 29일까지는 MOU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그룹은 "유 사장이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MOU 체결 시한에 구애받지 않겠다거나 현대그룹의 불법을 확인했을 때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은 법과 입찰 규정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대그룹은 "정책금융공사는 9개 은행 채권단의 일원일 뿐이어서 채권단의 전체 의견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며 "나티시스은행 계좌에 입금된 돈은 대출받은 것이어서 적법하고 정당한 자금이라고 이미 소명했다"고 강조했다.

현대그룹은 "MOU 체결 전에 대출계약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M&A 사상 유례가 없다"며 "자금조달 증빙은 MOU 체결 후 채권단이 추가로 요구하면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혔다.

이태훈/박동휘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