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이중가입 금지·설립 요건 강화 검토

정부, 노조법 개정 시사 "복수노조 시행유예는 없어"
내년 7월 복수노조 시행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노조원의 이중가입,노조 설립요건 등 일부 조항을 손질할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고용노동부 및 한국노총,한국경총에 따르면 한국노총 산하의 일부 산별연맹과 현장노조에서 복수노조 시행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노동관계법을 개정한 마당에 시행유예는 힘들고 대신 관련법을 개정해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20일 노 · 사 · 정 대표들이 청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내년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노동현장에 혼란이 우려된다"며 시행유예를 희망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시행유예는 안 되고 제도를 개선해 시행하라"고 박재완 고용부 장관과 최종태 노사정위원장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이와 관련,"노 · 사 · 정 3자 합의를 통해 시행키로 한 복수노조를 또다시 유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복수노조 시행으로 생기는 혼란을 막기 위해 노조원의 이중가입 문제 등 일부 조항을 손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개선될 수 있는 복수노조 관련 조항 내용으로 △교섭대표 선정 과정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노조원의 이중가입 금지 △노조 난립을 막을 수 있는 노조 설립요건 강화 △교섭대표노조가 공정대표 의무를 수행하지 않는 데 대한 페널티 부과 등을 꼽았다. 노조원 이중가입은 사업장 노조원들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2개의 상급단체에 동시 가입하는 것으로,이렇게 되면 교섭대표노조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이 우려된다. 또 현재 2명 이상이면 가능한 노조 설립요건도 20명 이상 또는 30명 이상으로 강화해 노조의 난립을 방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한국노총 내 항운노조와 택시노련,자동차(버스)노련 등이 복수노조 시행에 반발하고 있다. 항만 내 하역인력을 독점 공급하고 있는 항운노조는 복수노조 허용으로 민주노총 소속 항운노조가 만들어지면 인력공급 사업에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항운노조는 조합원과 시민 30만명으로부터 복수노조 시행 반대 서명을 받아놓은 상태다. 택시노련과 자동차노련에서도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설립될 경우 조직 이탈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 위원장은 "현장 노조원들이 복수노조에 거부감을 보이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이미 합의해놓은 복수노조를 대놓고 반대할 명분도 약하다"며 "지금 현실과 명분 사이에서 고민 중"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재계는 시행유예를 바라고 있지만 큰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인식에 공감하고 있다. 이동응 한국경총 전무는 "이미 노동관계법을 개정해 시행키로 한 마당에 또다시 유예를 바란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다만 설립요건 강화,이중가입 금지 등 일부 보완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