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폴터, 실수 한 번에 5억원 날려

유럽투어 두바이챔피언십
톡톡 튀는 의상으로 유명하고 2008년 한국오픈에 출전했던 이안 폴터(34 · 잉글랜드)가 2010시즌 유러피언투어 마지막 대회인 두바이월드챔피언십(총상금 750만달러)에서 통한의 1벌타로 땅을 쳤다.

지난 28일 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주메이라CC(파72) 18번홀(파5 · 길이 620야드).폴터와 로베르트 카를손(스웨덴)은 4라운드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공동선두를 이룬 후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 첫 홀을 버디로 장식한 두 선수는 그 홀에서 치러진 두 번째 홀에서 볼을 세 번 만에 그린에 올렸다. 볼~홀의 거리는 폴터가 12m,카를손이 1.2m였다. 이때 사단이 일어났다. 마크를 하고 볼을 집어든 폴터가 실수로 볼을 놓치고 만 것.볼은 공교롭게도 자신의 볼마커(납 코인) 가장 자리에 떨어졌다. 볼을 맞은 볼마커는 한 바퀴 뒤집어져 버렸다. 볼마커가 움직인 것.골프규칙 20-1에는 '볼을 마크하거나 집어올리는 과정에서 우연히 볼이나 볼마커가 움직인 때를 제외하고는 1벌타가 따른다'고 돼 있다. 폴터는 손에 들려있던 볼을 떨어뜨렸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폴터는 즉시 경기위원에게 이를 알렸고 위원은 그에게 1벌타를 부과했다. 그러잖아도 불리한 폴터는 1벌타를 받은 후 파퍼트를 했으나 짧았고 보기로 홀아웃했다. 카를손은 폴터의 '불행'을 딛고 편안하게 버디퍼트를 성공하며 우승트로피를 안았다.

폴터는 아들 이름을 새긴 이 볼마커를 올해 초부터 사용해왔다. 스스로 '러키 마커'라고 부를 만큼 애착을 가졌으나 결정적 순간 그를 외면하고 말았다.

카를손은 우승상금 125만달러를 차지했고,폴터는 2위 상금 83만3000달러를 쥐는 데 만족해야 했다. 폴터는 어이없는 실수로 41만7000달러(약 4억8000만원)의 '기회 수익'을 놓쳤을 뿐 아니라 지난주 홍콩오픈에 이어 2주 연속 우승 기회도 날렸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