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 정복한 안선주 "한라산서 지옥훈련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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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PGA 다승·신인왕 싹쓸이"첫해에 너무 많은 것을 이뤄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요. 내년에도 배운다는 자세로 열심히 노력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겨울 체력훈련으로 10kg 감량…'안짱' 외치는 일본팬들 큰 힘"
장타자 안선주(23 · 팬코리아 · 사진)가 데뷔 첫해에 일본 여자프로골프 무대를 점령했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상금왕에 오른 건 물론 다승왕 · 신인왕 · 최소타수상까지 싹쓸이한 것.안선주는 29일 전화통화에서 "일본에 건너갈 때 '올해 우승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첫승을 빨리하면서 기대감이 커졌으나 그만큼 어려운 시간도 빨리 찾아왔다"고 말했다. 안선주가 올 시즌 일본 무대에서 일을 낼 수 있었던 건 지난 겨울 혹독한 체력훈련과 체중 감량 덕분이었다. 제주도 체력훈련과 태국 전지훈련 때 작심하고 다이어트에 나선 결과 10㎏가량 줄였다. 특히 제주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르막길만 1시간 거리인 산을 매일 5㎞씩 주파한 데다 먹는 양을 대폭 줄였으며 팔 다리 복부 등의 근력을 늘리는 운동을 지속했다. 현기증이 날 정도의 지옥훈련을 마치자 몸이 가벼워져 27개 대회(총 34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
안선주는 개막전인 지난 3월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단숨에 주목받는 '루키'로 떠올랐다. 하지만 시즌 초 스타트가 좋아 한손에 잡힐 것만 같았던 일본 투어에는 '언듈레이션'(코스의 기복)이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까지 갤러리나 캐디로 도움을 줬던 부모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나서면서 빡빡한 투어 일정을 소화하고 스스로 외로움을 이겨내야 했던 것.두 번째 우승을 빨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안선주는 "첫 대회 우승 후 강행군을 거듭하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조바심도 나면서 상반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며 "하지만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한층 성숙해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하반기 들어 컨디션을 회복한 안선주는 지난 7월 스탠리 레이디스,10월 산쿄 레이디스와 후지쓰 레이디스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일찌감치 상금왕을 예약했다.
안선주는 팬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길거리에서 알아보는 팬들이 생겼고 골프장에서도 '안짱'을 외치는 팬들이 적지 않아요. 열심히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어서 샷에 더 집중하고 신중할 수밖에 없었어요. "일본어 실력도 제법 늘었다. 그는 "일상적인 대화는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이라며 "아직까지 전문용어 등을 구사하는 데 힘든 만큼 어학실력을 틈틈이 다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선주는 올 겨울에도 다시 체력 담금질에 나선다. 5㎏가량 감량하고 근육을 늘려 체력을 비축한다는 구상이다. "무엇보다 체력 덕을 많이 봤기 때문에 올 겨울에도 비지땀을 흘릴 각오입니다. "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