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오비, 점유율 격차 9년만에 한자릿수로

오비맥주 점유율 4년째 상승…9년 만에 8.56%P로 좁혀져
하이트, 내부혁신으로 대응…내년 진로와 영업망 통합 추진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의 시장 점유율이 2001년 이후 9년 만에 한 자릿수대로 좁혀졌다.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는 4년째 축소돼 올 들어 8.56%포인트로 줄어들었다.

하이트맥주가 최근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출하량을 기준으로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이 회사의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은 54.28%였고,오비맥주의 점유율은 45.72%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트맥주는 작년에 비해 2.04%포인트를 잃었고,오비맥주는 그만큼 약진했다. 2001년 한 자릿수(8.62%포인트)였던 양사의 점유율 격차가 2006년 19.4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다시 한자릿수로 줄어든 것이다. ◆오비맥주 점유율 4년째 상승

1993년 70%대였던 오비맥주의 점유율은 1996년 하이트맥주에 역전당한 뒤 2000년에는 31%까지 추락했다. 2001년 카스맥주를 합병해 45% 수준으로 올라섰으나 하락세는 계속됐다. 그러던 오비맥주가 2007년부터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비' 브랜드를 버리고 '카스'를 대표 브랜드로 내세우면서부터다.

올해 오비맥주는 5월에 내놓은 '카스라이트'가 선전하면서 성수기인 6~8월엔 3개월 연속으로 매월 800만상자(500㎖ · 18병) 넘게 출하했다. 1996년 1위를 뺏긴 뒤 처음이다. 지난해 말 43.68%였던 점유율도 올 상반기 말 44.8%에 이어 9월 말 45.72%로 꾸준히 높아졌다. 이장규 하이트맥주 부회장은 이에 대해 "지난해부터 뼈를 깎는 내부 혁신을 하고 있다"며 "우리가 얼마나 바뀔 수 있는가가 문제이지 당장의 점유율엔 신경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내년이 1위 수성의 분수령

1위 수성을 위한 하이트맥주의 대응전략도 만만치 않다. 올 들어 외부 출신인 신은주 상무(마케팅 담당)를 영입하는 등 전열을 정비한 이 회사는 지난 8월,4년 만에 신제품 '드라이피니시d'를 내놨다. 내년부터는 소주업계 1위인 진로와 영업망을 통합할 수 있게 된다. 2006년 3조원을 들여 진로를 인수한 하이트맥주는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의 제한조치로 인해 양사의 영업망을 합치지 못했다.

진로의 영업망을 더하면 수도권에서 약점을 가진 하이트맥주의 영업이 살아날 것이란 분석이다. 진로의 점유율이 지방에선 10~20%대이지만,수도권에선 70~8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트맥주는 영 · 호남 등 지방에선 70~80%대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수도권에선 30~40%대에 그친다.

잘나가던 오비맥주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호림 오비맥주 사장은 최근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영업망 통합은 우리에겐 위기가 될 것"이라며 "내년을 어떻게 방어하느냐가 향후 시장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