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에 빌려준 중도금…조합에 청구 못해"

법원, 은행 편법대출에 제동
은행이 아파트 분양 중도금을 대출해주면서 돈을 실제 계약자가 아닌 건설사에 입금하는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29일 법원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2007년 5월 서울 관악구에서 A건설사가 짓는 재건축 아파트에 입주키로 한 김모씨 등 11명에게 분양중도금으로 각각 4600만~1억5000여만원을 빌려주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김씨 등 3명의 대출금은 재건축조합의 계좌로 입금했고 나머지는 건설사로 보냈다. 2008년 3월 A사가 부도를 내자 은행과 재건축조합,입주자들 간에 분쟁이 벌어졌다. 국민은행은 분양 계약자 11명과 이들을 연대 보증한 S재건축조합을 상대로 대여금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분양계약자들은 "대출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조합 측은 "김씨 등 3명의 입주자 외에는 조합으로 돈을 입금하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갚아 줄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복잡하게 꼬인 분쟁에서 법원은 분양 계약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9단독 정재훈 판사는 "계약자들이 돈을 실제 수령했다고 볼 수 없다"며 국민은행의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은행 측의 증거와 증언으로는 A사에 지급된 돈이 해당 분양계약자의 중도금으로 쓰였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분양 계약자들은 대출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대출금을 실제 분양 계약자들의 중도금으로 인정하려면 재건축 조합의 동의가 있었다는 점 등이 증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대출을 하면서 절차상의 실수를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