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 칼럼] 게임 중독 이대로 둘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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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고위험군 1년 새 2배 급증…셧다운제 더이상 미루지 말아야컴퓨터게임을 둘러싼 부모자식 간 싱갱이를 보면 전쟁이 따로 없다. "조금만 하고 자라"부터 시작,"그만 하고 자라"를 거쳐 "정말 이럴 거니"에 이르면 결국 큰소리가 나고 집안은 지옥이 된다. 어떻게든 막아보려 컴퓨터를 거실에 내놓거나 자판을 감춰보기도 하지만 효력은 미미하다. 24시간 감시할 수도 없고 숙제 한다고 하면 내줘야 하는 까닭이다.
게임의 흡입력은 놀랍다. 처음 만나 서먹서먹해하던 아이들도 게임에 관한 얘기를 나누거나 함께 게임을 하면 금세 가까워진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공부에 매달려야 하는 아이들의 경우 게임을 통해 잠시나마 답답한 마음을 풀고 스트레스도 해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정도다. 모든 종류의 게임이 그렇듯 '조금만''여기까지만' 하다 보면 점점 더 깊이 빠져들어 결국 헤어나기 어렵다. 어른도 제어하기 힘들거늘 아이들임에랴.실제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률은 12.8%로 성인(6.4%)의 2배에 이른다. 더 심각한 건 고위험군 추이다.
청소년 인터넷 중독자는 고위험군과 잠재위험군 등 93만8000명으로 고등학생(14.4%) 중학생(12.9%) 초등학생(10.8%) 순이지만 고위험군의 경우 고등학생은 2008년 2.4%(4만9000명)에서 지난해 2.0%(4만4000명)로,중학생은 2.5%(5만5000명)에서 2.4%(5만명)으로 떨어진 반면 초등학생은 1.6%(4만1000명)에서 3.0%(8만명)으로 급증했다.
게임 중독에 빠지면 일단 학업에서 멀어진다. 초등학생의 경우 게임을 하루 1시간 더할 때마다 국 · 영 · 수 학업성취도가 100점 만점에서 2.38점 떨어진다고 할 정도다(서울시 교육청).심하면 지각과 결석이 늘어나다 급기야 자퇴하고 더 무서운 건 최근 부산에서 일어난 중학생의 어머니 살해 사건에서 드러나듯 부모형제도 몰라볼 만큼 폭력적으로 변한다. 아동 ·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중독으로 인한 직 · 간접 사회적 비용은 연간 8000억~2조2000억원, 기회비용 손실은 연간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1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쯤 되면 개인이나 집안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국가적 문제다.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중독을 더이상 간과하기 힘든 이유다.
여성가족부가 밤12시부터 새벽6시까지 온라인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셧다운제'중심의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게임업계의 반대 및 문화관광체육부와의 견해 차이 등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반대에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성적이 떨어지는 건 시간 외에 심리상태 이용환경 게임텍스트 등 다른 요인이 있을 수 있으며,셧다운제엔 청소년의 자율성을 무시한 인권 침해적 요소가 있고,무엇보다 연간 수출 1조5000억원에 이르는 게임의 산업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로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게 그것이다. 어떤 규제도 상업적 의도 내지 강력한 욕구에 따른 편법을 이길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들어 셧다운제의 효율성을 의심하는 소리도 있다. 그러나 상대는 청소년이다. 한번 빠져들면 도저히 걷잡지 못하고 그 결과 당사자는 물론 가정을 파괴할 수 있다. 청소년의 바른 성장은 국가의 의무이자 사명이다.
셧다운제 도입 효과에 대해 교사 72.3% 학부모 61.8% 청소년 45.3%가 찬성한다는 조사결과 및 태국에선 2003년 9월부터 셧다운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도 참고할 만하다. 국내 게임산업 성장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에 힘 입은 바 크다. 당장의 이익에 연연하기보다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이란 사회적 책임을 함께 짊어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해결하지 않는 한 업계의 지속적인 발전도 장담하기 어렵다. 셧다운제 방지에 연연하기보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게임 내용에 대한 자체 정화 및 예방과 상담 치료 등 지원체계 강화에 힘쓰는 게 우선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