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도발] "中 6자회담 제안은 책임 회피용…대북사업 연연할 때 아니다"

전문가 진단

▶윤덕민 교수(외교안보연구원)
中외교수장 한국 급파는 북한에 보내는 일종의 사인

▶브라이언 마이어스 교수(동서대)
개성공단ㆍ대북 심리전 등 실질적인 카드 뒷받침 돼야

▶동용승 수석연구원(삼성경제연구소)
이 정도 사태에 시장은 덤덤…강해진 한국경제 내성 반증

전문가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문 발언이 과거 어느 때보다 표현 수위가 높았다고 평가했다. 강도 높은 대북 억제력 천명과 국민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이전보다 한층 강경한 정치적 수사가 불가피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겠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장기화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중국의 6자회담 제안은 책임 회피성격이 짙은 데다 현재의 국민적 정서를 감안할 때 거부한 것은 적절한 대응이었다는 평가가 대세였다. 다만 우리 측의 실질적 대북제어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궁극적 관심이 연평도 사태보다 북한의 비핵화라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의 태도 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금은 대통령 비판할 때 아니다"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29일 이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이번 연평도 포격은 도발이 아닌 사실상의 전쟁행위"라며 "지난 10여년간의 교전수칙을 통해 북측은 우리의 대응수위를 사전에 예측해왔는데 이번 대통령 담화는 또 다른 공격행위시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되돌려주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형기 한양대 교수는 "실질적 제재를 논하기에 앞서 단호한 태도는 적절했다. 대통령으로서도 다른 대안이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등 기존 대북사업에 대한 전면적 재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브라이언 마이어스 동서대 교수는 "나도 이 대통령에게 평소 비판적이었고 국민들도 제각기 입맛에 따라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는데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개성공단 폐쇄나 대북 심리전 재개 등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상태에선 이 대통령이 아무리 강경하게 발언을 해도 의지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실효성 있는 행동을 주문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북한의 도발 수준이 도를 넘어선 현 상황에서 기존 대북사업은 고려 사안이 아니다"며 "대통령 발언에 이어 대북 사업과 안보와 관련한 종합적인 후속작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中 6자회담 제안은 비판 피하려는 술책전문가들은 중국이 현 상황에서 6자회담을 제안한 것은 부적절했으며 이 대통령이 이를 거부한 것은 당연했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6자 회담 무용론까지 제기했다.

윤 교수는 "핵문제 해결을 위한 틀인 6자회담을 중국이 들고 나온 것은 생뚱맞기까지 하다. 그리고 6자회담은 그동안 핵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안됐다"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다만 "중국이 외교수장을 한국에 급파한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고 북한에도 일종의 사인을 보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도 "대화와 타협도 좋지만 지금 미국 일본이 동조할 이유도 없는데 이를 제안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비판했다. 마이어스 교수는 '중국 비판을 피하기 위한 술책'이라며 신랄하게 비난했다. 그는 "6자회담으로 어떤 실질적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중국이 6자회담을 들고 나온 것은 이중적 태도로 북한을 방치한 데 따른 비판을 모면하려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6자회담만 맨날 해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6자회담 거부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까지 겨냥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신 교수는 "우리 정부의 딜레마는 지금 미국이 6자회담 재개에 부정적이지만 미국의 관심은 연평도가 아니라 북한핵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시간이 지나면 중국의 회담 재개 제의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미국에도 받아들여선 안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재도발 땐 리스크 커져대외 수출여건에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금융시장에는 당분간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동 연구원은 "어찌보면 연평도 사태에도 이 정도밖에 시장이 출렁이지 않은 것은 대단한 것으로 그만큼 한국경제의 내성이 강해졌다는 반증"이라며 "다만 외국 투자자들이 세계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비중을 낮출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강경발언으로 경제적 리스크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만간 북한이 추가 공격을 해올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는 최고치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마이어스 교수는 지정학적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때 당시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지만 1주일도 채 안갔다"며 "한국 사람들의 소위 '냄비성격'이라고 말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분위기가 오래 지속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같았으면 우리를 건드리면 반드시 보복한다는 국민적 공감대 아래 큰 시위가 있었을텐데 한국은 너무 조용하다. 외국 사람인 내가 보기에는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김형호/박신영/민지혜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