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대량주문 헷갈리네

1억 이상 올들어 20% 넘게 증가…랩상품 개인 주문으로 집계 '혼선'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가 낸 1억원 이상 대량 주문 건수가 올 들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개인투자자로 집계되는 랩어카운트 상품 주문이 늘어난 영향이기 때문에 순수한 개인 주문 증가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매매 주문 권한을 위임받아 운용하는 투자상품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집계한 개인의 1억원 이상 대량 주문은 하루평균 1만5180건을 기록해 지난 1월(하루평균 1만2301건)보다 23.40% 증가했다. 월별 하루평균 주문 건수로도 가장 많았다. 이달 전체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개인 비중도 55.85%로 1월 55.67%에 비해 0.18%포인트 높아졌다. 그러나 삼성 우리 신한투자 등 대형 증권사들은 랩어카운트 상품을 주문할 때 매매 주체가 증권사로 집계되는 '집합주문'이 아니라 개인 명의로 된 계좌당 주문(통칭 일괄주문 또는 복수주문)을 이용하고 있다.
개인의 대량 주문 비중이 높은 종목이 10만원 이상의 비싼 종목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올 들어 이달 24일까지 개인투자자 총 주문 건수 가운데 1억원 이상 대량 주문 비중이 가장 높았던 종목은 1.69%를 기록한 SK에너지로 집계됐다. 현대중공업(1.62%) 삼성전자(1.62%)가 뒤를 이었다.

거래소는 통계자료를 제공하면서 개인투자자로 집계되는 랩어카운트 관련 자금을 순수 개인과 나눠 분류하지 않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개선 방안을 검토할 용의는 있지만 랩어카운트 상품과 관련해 투자 주체 분류를 따로 하기는 기준이 애매하다"며 "일시적인 변화일 수 있는 현상을 반영해 분류 기준을 변경하는 것은 회원사들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