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갑작스런 방문도 OK…오사카 사람과 거래할 땐 '다테마에' 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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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가는 窓…일본 오사카일본인이 불쑥 사무실에 찾아와 미팅을 요청하는 광경은 도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하지만 오사카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반드시 소개를 받아야 비즈니스 상담을 할 수 있고,엄격히 시간을 준수하는 일본의 비즈니스 관행이 오사카에서만큼은 예외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급한 성격 한국인 닮아…소극적인 도쿄 기업과 달리 가격 흥정 직접 요청하기도
오사카 사람들은 성격이 급하다. 그래서인지 한국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들의 비즈니스 관행은 17세기부터 이어져 내려온 오사카 상인에 기원한다. 이런 기질을 이해해야 오사카에서의 비즈니스를 효과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수정 테이프를 오사카에 있는 조그만 중소 기업이 세계 최초로 발명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뿐 아니다.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컵라면과 즉석 카레도 오사카 기업이 최초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값싸고 질 좋은 것이 최고'라는 오사카 상인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해주고 있는 세계 최초의 발명품은 쉴 틈 없이 이동하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손님이 좋아하는 것을 골라먹게 하는 회전 초밥이다.
값싼 100엔짜리 접시에서부터 700엔짜리 접시에 이르기까지 회전 벨트에 담겨 빠르게 제공해주는 회전 초밥집의 메뉴처럼 상대가 원하는 제품을 알맞은 가격에 적기 납품을 할 수 있다면,그것도 한 접시만 먹어도 되는 회전 초밥처럼 극소량 주문에도 대응할 수 있다면 거래의 성공은 이미 이뤄진 것이나 다름없다.
전철에서 큰 소리로 휴대폰에 대고 떠드는 사람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곳은 일본에서 오사카뿐이다. 그런 학생을 큰 소리로 나무라는 할아버지가 있는 곳도 아마 일본에서는 오사카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솔직함은 오사카 기업과 가격 흥정을 할 때도 나타난다. 도쿄에 있는 기업은 가격 흥정을 할 때 상대방을 지나치게 배려한 나머지 아예 응답을 회피하거나 거래 자체를 중지하는 데 비해,오사카 기업은 주저하지 않고 가격 흥정을 직접 요청하는 솔직함이 있다. 오사카 KBC의 경험 많은 노련한 현지 직원은 이를 잘 활용,현지 바이어와 미팅을 할 때 사전 약속이 돼 있지 않더라도 마침 지나가는 길에 방문하겠다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데 상당히 효과가 좋다고 한다.
몇 번 일본 기업과 비즈니스 상담을 해보면 그 까다로운 요구 조건에 놀라고,되도록 재고 부담을 줄이고 변화하는 시장에 신속하게 적응하기 위한 소량 주문 방식이 대부분이어서 결국 상담을 포기하는 우리 기업을 많이 접하게 된다.
이와 같은 거래는 단기적인 거래 관계에서는 이뤄지기 힘들고,오랜 시간 다져진 비즈니스 관계에서 가능한 것이으로 신규 거래선을 확보할 때 일본 기업들은 가격 요소 이외에 오랜 시간을 두고 거래할 수 있는지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거래 관계를 중시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오사카에서의 비즈니스도 일본 비즈니스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진 않지만,실용적이고 솔직한 오사카 사람들의 기질을 미리 이해하고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병석 오사카 KBC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