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아닌데 마이너스대출?

금감원, 불법금융 10개 유형
상호 도용 유인광고도 많아

직장인 박모씨(30)는 최근 급전이 필요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쳐 봤다. 검색 첫 화면에는 대기업 이름과 같은 'OO캐피탈'이란 회사가 10여개 이상 떴다. '파워링크' 등 포털사이트로부터 인정받고 있는 것 같았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의 배너도 함께 걸려 있어 믿을 만한 업체인 듯싶었다.

금감원이 30일 금융소비자들이 속기 쉬운 금융 광고를 정리해 발표한 '보지도 듣지도 말아야 할 불법 금융 광고 10가지 유형'에 따르면 박씨가 검색한 여러 캐피털사나 금융회사들의 광고는 거의 대부분 불법광고에 해당한다.

우선 은행이 아니면서 '마이너스 통장 대출'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부터가 허위 · 과장광고의 일종이다. 마이너스 통장은 수시로 입 · 출금할 수 있는 예금통장을 개설할 수 있는 은행에서만 취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등 대기업의 이름을 사용한 것도 상호도용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 '휴대폰만 있으면 누구나 대출 가능'이라는 광고는 휴대폰 소액결제 기능을 이용해 고금리 대출을 하는 '휴대폰깡'의 전형이다. 인터넷에서 개인정보나 예금통장 현금카드를 사고 파는 것은 금융사기 등 범죄를 위한 것일 우려가 크다. '원금 보장'이나 '고수익 보장' 등은 투자자를 모집한 후 잠적하는 유사수신행위일 경우가 많다.

정부가 지원하는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 · 미소금융 · 희망홀씨 이름을 도용하거나 비슷한 이름을 써서 현혹하는 경우도 많다. '수수료를 내면 신용등급을 올려 대출해 준다'는 문구는 불법 대출 중개수수료를 챙기는 업체일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 서민금융지원실 사이버금융감시반 관계자는 "긴급자금이 필요하면 '서민금융119서비스(s119.fss.or.kr)'의 서민대출 안내 코너나 '한국이지론(02-3771-1119)'을 통해 대출상품을 알아본 뒤 해당 금융사를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상담하는 것이 금융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