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와 사랑으로 교화…재복역률 3%로 낮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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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문여는 여주 소망교도소"처음 시작할 땐 망망대해의 작은 풀잎에 지나지 않았으나 배를 띄운 지 16년 만에 드디어 목적지에 왔습니다. 이제 여기서 단 한 분이라도 더 재범률을 줄이고 가정과 사회로 복귀해 한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기여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
국내 첫 민영…개신교계 설립
30일 경기도 여주시 북내면 외룡리의 산속에 들어선 소망교도소.국내는 물론 동양 최초의 민영교도소로 1일 문을 여는 이곳에서 이 교도소의 설립 및 운영 주체인 재단법인 아가페 이사장 김삼환 목사(서울 명성교회 · 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3년여의 공사 끝에 완공된 소망교도소는 21만4000여㎡의 터에 방사형의 수용사동과 강당,직업훈련 및 공장시설을 갖춘 부속동,비상대기소 등 6개 건물을 완성,300명의 재소자를 교화할 수 있게 됐다. 땅값과 건축비 288억원은 개신교계가 설립한 아가페 재단이 부담했다.
개신교계는 1995년 한국기독교총연합을 중심으로 기독교교도소 설립을 추진해왔다. 여의도순복음교회,명성교회,고아림교회,사랑의교회,금란교회 등 대형 교회들이 비용의 상당 부분을 냈고 신도들의 개별 성금도 보탰다.
소망교도소는 1일 30명의 재소자를 국립교도소에서 이관받는 것을 시작으로 3개월 내에 200명의 재소자를 받아들여 기존 교도소와는 차원이 다른 교화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교도소 설립 과정에서 전문위원장으로 힘을 보탠 김승규 전 국가정보원장은 "재소자를 신뢰와 사랑으로 대하는 게 교화형 교정시설인 소망교도소의 철학"이라며 "민간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큰 효율을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망교도소는 각계의 은퇴 전문가 등이 재소자와 1 대 1 만남을 갖고 지속적으로 도와주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비롯해 분노조절프로그램,음악 · 미술 치료,아버지학교,피해자 · 가해자 화해프로그램,내적 치유,대인관계 훈련 등 다양한 교화프로그램을 적용한다. 이미 6년간 여주교도소에서 이들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한 결과 50%가 넘는 일반교도소의 재범률을 6%로 끌어내렸고,앞으로는 재복역률을 현재의 22.4%에서 3%까지 낮춘다는 목표다. 이런 프로그램을 위해 700여명의 자원봉사자도 확보해 훈련을 마친 상태다.
소망교도소의 시설은 개방적이다. 외부 담장이 높은 것은 여느 교도소와 다름없지만 일단 내부에 들어서면 복도와 방이 자연채광으로 밝다. 또 5명이 함께 쓰는 재소자들의 방은 독립된 화장실과 TV까지 갖추고 있다. 식사는 각자 방에서 하는 게 아니라 식당에 모여서 하게 된다. 방사형의 건물 중심에 있는 중앙근무실에서 재소자들의 방을 관찰할 수 있게 돼 있어 복도마다 사람이 지키고 있을 필요도 없다.
김 목사는 "사람이 교도소에 가면 가족마저 그를 외면해 본인의 삶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 가족까지 해체되는 실정"이라며 "개신교계가 민간교도소를 세운 것은 이들을 신자로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라 재소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애정으로 대해 그들이 사회와 국가에 기여하며 살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여주=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