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교원그룹, 학습지 넘어 생활가전·레저로 '제2 도약'

Cover Story
준비는 끝났다 : 현금 유동성만 5000억…3년내 계열사 15개로
시너지 효과 극대화 : 막강한 방문판매 조직…내년 정수기 시장 2위 자신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의 취미는 바둑과 낚시다. 아마추어 5단의 기력(棋力)을 가진 그는 특히 싸움 바둑으로 정평이 나 있다. 가장 좋아하는 프로기사도 '전신(戰神)'이라는 별명을 가진 조훈현 9단이다. 그는 상대 진영에 뛰어들어 사활을 건 싸움을 벌여야 바둑의 맛이 난다고 말한다. 이렇듯 바둑을 두다가도 기원을 찾지 않는 주말에는 경기도와 충청도의 한적한 낚시터를 돌며 낚시 삼매경에 빠지곤 한다.

반상에서의 치열한 싸움과 낚시터에서 벌이는 기다림의 승부.언뜻 어울리지 않는 이 두 가지 취미는 그의 경영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면 답답할 정도로 내실을 다지며 기다리다가도,빈틈이 채워지게 되면 맹렬하게 공격을 다그친다. 장 회장에게 지난 10년이 기다림의 시기였다면,앞으로 10년은 '싸움'의 시기다.
최근 교원그룹의 경영 행보는 철저한 영토 확장을 지향하고 있다. 풍부한 현금보유력을 앞세워 신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경쟁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장 회장은 "2013년까지 현재 5개의 계열사를 15개로 늘리고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3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형 확대를 위해 내세우는 전략은 강력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인수 · 합병(M&A)이다. 그는 "올해 안에 중견기업 2곳을 인수하는 등 2년 안에 5개의 기업을 사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탄은 충분하다. 이 회사의 현금유동성이 5000억원에 달하고 보유 부동산 등을 합하면 독자적으로 굴릴 수 있는 순자금만 1조원이 훌쩍 넘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지난 25년간 돈을 버는 데 치중했던 교원그룹이 향후 3년간 'M&A 쇼핑백'에 뭘 채워넣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계열사 3년 내 10곳 늘린다"

장 회장은 회사의 경영방침을 바꾼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제는 때가 무르익었다"고 답했다. 그동안 안전 위주 경영을 한 것은 공격 경영을 하기에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제는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는 것이다. 장 회장이 그리는 교원그룹의 미래 비전은 지난 25년간의 안전경영 스타일과는 확연히 다르다. 2013년까지 매출 3조원,2020년까지 10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 10년간은 외형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우선 앞으로 3년 안에 10곳의 계열사를 새로 꾸리기로 했다. 5개는 외부에서 사들이고 5개는 새로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M&A 대상 5곳 중에 이미 2~3곳은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인수대상 후보는 보험과 호텔,신규 설립 대상은 실버사업 분야다. 인수대상 중 적어도 2곳은 올해 중 인수를 확정짓기로 했다. 교원그룹의 신사업 10개는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로 한정된다. 방문판매에 강점이 있는 교원그룹의 역량을 살릴 수 있는 사업을 집중적으로 찾겠다는 포석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보험과 실버산업이다. 지난 25년간 이 회사를 키운 최대 자산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보험 · 실버 · 호텔산업 진출 채비

보험업은 대규모 영업인력 편대를 갖추고 사무실과 가정 등을 방문한다는 점에서 교원그룹의 핵심역량과 일맥 상통한다. 장 회장은 "매물만 나오면 언제든지 보험회사를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실버산업은 아직 기획단계에 있다. 교원그룹 측에서는 고소득층 장년인구가 주류 소비자로 등장하는 시기를 10년 뒤로 보고 있다. 이들 소비자를 잡기 위해 어떤 식으로 사업을 엮을지가 관건이다. 우선 경기도 용인에 대규모 실버타운을 지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1만3000여평의 부지를 확보해놨다. 병원과 연계해 고소득층 은퇴자를 위한 고급 요양시설로 지어진다. 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용품과 건강식 등도 기획하고 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이미 본격화된 일본에서는 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유동식 등이 발달해 있다. 한국에서도 조만간 이를 중심으로 한 식품 시장이 발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원그룹은 서울 지역 호텔도 인수할 계획이다. 이 역시 기존 사업체인 교원여행과의 시너지를 겨냥한 것이다. 장 회장은 "경쟁이 치열한 여행업에서 살아남으려면 특화돼야 한다"며 "교원여행은 중국 여행객들을 집중적으로 유치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서울에 호텔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기존 사업 모두 1,2위 목표교원그룹은 3년 안에 3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기존 주력제품들의 경쟁력도 대폭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13년까지 계열사별 목표 매출을 할당했다. 교원구몬은 가장 많은 1조원의 매출을 목표하고 있다. 현재 회원 수는 210만명.이를 240만명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빨간펜으로 유명한 ㈜교원은 유아시장 공략 등을 통해 회원 수 200만명,매출 65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진도식 학습지 빨간펜,아동전집 교원올스토리,과학잡지 '과학소년',중등 온라인 학습프로그램 '하이퍼센트' 등 4개 사업영역 중 하이퍼센트가 선봉에 선다. 우선 중등 교육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확보해놓고 2015년께부터 온라인 학습 시장 중 가장 큰 고등 교육 분야에 진출한다. 절대강자로 통하는 메가스터디가 버티고 있어 교원그룹은 정면 승부 대신 차별화를 통해 접근한다는 전략이다.

생활가전,화장품 등을 만드는 교원L&C는 6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삼았다. 생활가전 분야는 목표에 맞춰 순항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매출 신장률이 200%에 달했다. 장 회장은 내심 내년에는 웅진코웨이에 이어 2위에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교원그룹은 이를 위해 방문판매 조직을 지난해 2500명에서 올해 4000명으로 늘렸으며,내년에는 7500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 회사의 생활가전 부문 컨설팅을 맡았던 갈렙앤컴퍼니의 김현수 이사는 "소형 생활가전 부문의 승부는 방문판매조직,홈쇼핑 등 마케팅 채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며 "최근 홈쇼핑을 중심으로 저가 제품을 내놓는 회사들이 있지만 결국 고객 충성도와 부가가치가 높은 방문판매 시장에서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