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이름을 빌린 주식 거래에서의 절세 비법

▶ 박씨(27. 서울시 종로구)는 세무서로부터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투자에 대한 자금출처를 소명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세무조사 대상이 된 주식은 박씨가 보유 중인 8억원 상당의 규모로, 지난 2008년 당시 아버지가 박씨의 명의를 빌려 주식에 5억원을 투자한 것이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박씨로서는 주식을 취득할 자금이 없었을 뿐더러 주식 취득 자금에 대해 별도로 증여세를 낸 적도 없었기 때문에, 박씨는 사실대로 아버지가 박씨의 명의를 빌려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소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박씨는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까? 그렇다면 증여금액은 취득 당시 기준인 5억원으로 보아야 할까? 아니면 현재 평가액인 8억원으로 보아야 할까? ▷ 본래 세법에서는 주식의 실질 소유자가 자기 명의로 주식을 취득하지 않고 타인 명의로 취득해 명의개서를 하게 되면, 명의개서 한 날에 증여한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추징하도록 되어 있다. 만일 주식 명의개서를 하지 않으면 소유권 취득일이 속하는 연도의 다음 연도 말일의 다음날 증여한 것으로 본다. 법률상 명의개서란 주식 발행 법인의 주주명부에 등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상장주식의 경우 대부분 예탁계좌를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므로 자녀들의 계좌로 주식 거래를 하더라도 거래되는 주식은 자녀 명의가 아닌 한국예탁결제원의 명의로 명의개서가 되고 있다. ▷ 문제는 이러한 경우에도 증여세가 과세되는지의 여부이다. 판례에서는 자녀의 이름이 증권회사의 고객 계좌부나 한국예탁결제원의 예탁계좌부에 기재된 사실만으로는 법률상 명의개서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계속 증여세를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인은 일반적으로 매년 12월 31일 주주명부를 폐쇄하는데, 주주명부 폐쇄일에 한국예탁결제원이 증권회사의 고객 계좌부에 기록된 주주들의 명단을 발행회사에 통지하도록 되어 있다. 주식 발행회사는 이 명단으로 실질 주주명부를 작성하기 때문에 이 때 비로소 법적인 명의개서가 이루어지며, 국세청에서는 이를 근거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자녀들 명의로 상장주식을 거래할 경우, 연중에 거래되는 주식은 현재 해석상으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게 되어 있지만 연말까지 자녀의 계좌로 상장주식을 보유할 때에는 명의개서가 된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고 해석되는 점을 명심해 두어야 한다. ▷ 당초 박씨 명의로 취득한 주식이 실제로는 박씨의 아버지의 소유라 주장하더라도 이는 차명주식에 해당, 2008년 당시 가액으로 증여세가 과세된다. 현재 주가가 많이 오른 반면 증여가액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그다지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명의신탁한 주식에 대해 증여세가 과세되더라도 이는 일종의 벌금의 성격일 뿐 여전히 실제 주식의 소유자는 박씨의 아버지라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그 이후 실제 주식 소유자인 박씨 아버지가 돌려 받지 않고 그 명의자인 박씨가 그 주식을 매도해 다른 재산을 취득하는 등 박씨에게 실제로 증여한 경우에는 그 시점에 또 다시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 결국 증여세가 두 번이나 과세될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명의자인 박씨에게 실제로 증여할 목적이라면 소명 당시 처음부터 명의신탁이 아닌 실제 증여라는 점을 입증하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 즉, 2008년 주식 취득 당시 아들에게 실제로 증여한 것으로 소명할 경우 증여세를 1회만 부담하게 되므로 그만큼 절세가 가능한 셈이다. ◆ 타인 명의로 하는 주식 거래, 이것만은 반드시 주의하라 박씨의 사례처럼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주식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세청이 소액주주들의 거래에 대해 일일이 조사하여 증여세를 추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이런 거래에 대해 증여세가 과세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국세청에서는 급격한 재산 증가가 있는 경우 자금 출처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소득이 없는 가정 주부나 자녀의 명의를 빌려 거액의 주식투자를 반복할 경우 뜻하지 않은 증여세를 추징당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결국 배우자나 자녀 이름으로 주식에 투자할 때에는 미리 증여세 신고를 해두는 것이 안전하게 절세하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