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특허경영 2.0 시대] (3) 테스, R&D 시작 전에 특허 염두…분쟁소지 '원천봉쇄'

(3)· R&D 패러다임을 바꿔라
반도체 및 태양전지 장비업체 테스(대표 주숭일)는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659억원의 누적매출을 올렸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0% 증가했다. 반도체 전공정 핵심장비인 플라즈마화학증착장비(PECVD ACL)와 반도체용 HF건식식각장비 등의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덕분이다.

반도체 장비시장은 그 어느 분야보다 특허와 관련해 말썽이 끊이지 않고,분쟁도 많은 곳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등 반도체 메이커들은 납품 기준을 엄격하게 제시하고 있다. 특허 관련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테스가 이러한 상황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2007년부터 지식재산권(IP) 전담부서를 발족시켜 특허 중심으로 연구 · 개발(R&D) 노력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서는 선행기술조사를 비롯해 분쟁 관련 특허조사,경쟁사 특허모니터링 등 R&D 전에 기술 수요와 핵심특허 등을 예측함으로써 특허경영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의 특허출원 건수는 급증하고 있지만,취득한 특허의 활용도는 미국 · 일본의 경쟁기업에 비해 턱없이 낮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최근 국내 기업 448개를 대상으로 '특허경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특허 활용률은 평균 67.6%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들은 특허를 사업에 활용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주로 비실용성(33.9%)과 경제성 부족(32.1%)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특허를 R&D 부산물로 여기는 중소기업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민우 R&D특허센터 연구원은 "R&D의 부산물로 특허를 출원하면 즉시 사장되고,분쟁이 일어나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며 "미래시장과 특허를 먼저 분석한 뒤 R&D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허권 등 IP는 제품의 경제적 가치를 환산하는 기준도 바꾸어 놓았다. 제품을 부품 결합체가 아닌 IP 복합체로 보는 시각이다. 예컨대 휴대폰의 경제가치를 제대로 환산하려면 120여개의 구성품이 아니라 그 속에 내재된 7만여개의 특허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경영자들은 특허 관련 소재,구조,공정,BM(비즈니스모델) 등을 정교하게 분석한 뒤 촘촘한 특허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특허청은 특허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올초 특허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전문 지식을 가진 전문가들로 구성된 '중소기업 특허경영 지원단'을 발족해 운영하고 있다. 특허경영 지원단은 R&D 단계에서의 특허조사부터 국제 특허분쟁의 예방과 대응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특허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