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뽑은 '미래 블루칩' 미술가는 누구?

삼성·한진·에르메스 등
올 유망작가 잇달아 선정

해마다 이맘때면 기업의 문화재단들이 선정한 우수 화가 · 조각가들에게 미술계의 관심이 쏠린다. 이미 실력을 인정받고 있거나 앞으로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미래의 블루칩' 작가들이 속속 탄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그룹의 삼성문화재단,에르메스코리아의 에르메스재단,한진그룹 일우재단,한진해운 양현재단,OCI 송암문화재단,에너지 기업인 삼탄 산하 송은문화재단 등이 배출하는 유망 작가에 대한 관심이 크다. 역대 수상자들이 미술시장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삼성문화재단은 사진 작가 최원준씨(32)를 올해의 젊은 '유망주'로 선발했다. 삼성문화재단은 1996년부터 매년 유망 작가 1명을 파리국제예술공동체 입주 작가로 선발해 약 50㎡(15평) 규모의 아틀리에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올해 입주 작가로 선정된 최씨는 파주와 의정부의 미군부대,은평뉴타운,수도권 일대의 방호벽과 벙커 등을 카메라에 담아내면서 뛰어난 감각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내년 4월부터 1년간 파리국제예술공동체에 입주해 각국에서 모여든 작가들과 함께 작업한다. 패션전문 업체 에르메스코리아가 주관하는 '2010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은 미디어아티스트 양아치(40 · 본명 조성진)가 차지했다. 그는 '미들 코리아'에 관한 시나리오나 사건을 적절히 차용하며 새로운 내러티브 작업을 선보여왔다. 이번 수상작 '밝은 비둘기 현숙씨'는 비둘기에 '빙의'된 현숙씨가 부암동 집에서 도산공원 근처의 에르메스 건물을 오가며 겪는 일들을 감시카메라의 시선과 비둘기의 시선 등으로 찍은 작품이다.

재단법인 양현의 양현미술상은 설치미술가 이주요씨(39)에게 돌아갔다. 양현미술상을 국내 작가가 수상하기는 처음이다. 이씨는 2004년 작고한 박이소의 작품에 대한 재해석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비디오,드로잉,조각,퍼포먼스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작업들로 독특한 감성을 담아냈다.

구성수(41) 장태원(35) 최원준씨(32) 등 3명은 150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한진그룹 산하 일우재단의 제2회 일우사진상 '올해의 주목할 만한 작가'에 선정됐다. 일우사진상은 뛰어난 재능과 열정을 지닌 사진 작가를 발굴해 국제적 경쟁력을 지닌 글로벌 작가로 육성한다는 취지로 작년에 제정됐다. 구씨는 조각,회화 장르를 활용한 독창적인 사진 작업,장씨는 야간에 장시간 노출로 제작한 인공의 풍경 작업을 펼쳤다. OCI의 송암문화재단은 제2회 신진작가상에 오유경 정소영 조혜진 정혜련씨(조각),유현경 장파 조태광씨(회화),조민호씨(미디어 영상) 등 8명을 선정했다. 이들에게는 1000만원의 창작지원금과 내년 OCI미술관 초대 개인전의 혜택이 주어진다.

송은문화재단의 올해 송은미술대상은 설치 작가 김주리씨에게 돌아갔다. 김씨는 흙작업으로 형상을 만든 뒤 이를 물속에 설치해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작가. 대상을 받은 작품 '휘경동 59번지'는 휘경동 일대 주택을 흙으로 조그맣게 조각한 뒤 수족관에 넣어 물에 의해 점점 사라지는 모습을 시각화했다. 김씨를 비롯해 10년간 송은미술대상을 받은 작가들의 그룹전은 내년 1월7일부터 두 달간 서울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법률 서적 전문 출판사인 박영사의 박영문화재단은 올해 갤러리 박영 입주작가로 김범수 강민수 김소현 김진 이주형씨를 뽑았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서도호 구정아씨 등 인기 작가들은 기업들이 배출했다"며 "기업의 공헌 활동은 미술시장의 외연을 넓히는데 더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