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 '창업 전략'] 급증하는 시니어 창업…독립점보다 체인점이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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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공동 운영 '인건비 절감', 가맹점 노하우로 리스크 줄여
사무직 출신 사무용품ㆍ식품점, 기술직은 軍ㆍ환경관리업 적합
경기 수원에서 바비큐 치킨전문점 '훌랄라'를 운영하고 있는 함영만씨(58).운전기사를 했던 함씨는 나이가 들면서 좀 더 안전하고 수입도 나은 일거리를 찾다가 외식 창업에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자영업에는 초보자인 데다 나이도 있어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혼자 하기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두 아들과 함께 창업했다. 가족만큼 믿을 수 있고 의지가 되는 동업자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함씨는 주방,큰아들은 홀,작은아들은 배달을 담당하며 82.5㎡ 짜리 점포에서 월 평균 2500만원 매출에 800만원 정도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50세 이상 시니어들의 창업이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 베이비붐 세대들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면서 일을 더 하고 싶지만 재취업 등 다른 수단이 여의치 않은 중 · 장년층이 인생 2막을 위한 선택지로 창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평균 수명은 늘어나는데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오히려 짧아져 오래 사는 위험,즉 '장수 리스크'에 대비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장수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창업'
막연히 창업을 생각했다면 전문기관에서 실시하는 교육 등을 통해 창업에 대해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게 좋다. 소상공인진흥원,중소기업청,한국프랜차이즈협회 등에서는 창업정보 자금정보 창업컨설팅 등 다양한 창업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30여년의 직업군인 생활을 마치고 전역한 김영석씨(57)는 약 4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자금과 적성에 맞는 실내 골프연습장을 열었다. 창업 전 그는 '국민생활체육 골프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고 미국 골프 티칭프로(USGTF) 자격도 획득했다. 지금은 부인과 함께 실내 골프연습장,스크린 골프방 등을 운영하며 여유있는 노후를 준비 중이다. ◆사무직은 판매업,기술직은 기술서비스업 적합
자신의 직장경력 등을 고려해 사업분야를 선택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무관리직 출신은 재고관리나 회계관리 등 관리 마인드가 필요한 판매업종이 적합하다. 사무용품점,베이커리점,건강식품전문점 등이 대표적이다.
기술직 출신이라면 손재주 등의 장점을 살려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서비스 업종을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 실내환경관리업,자동차 내외장관리업 등이 적합한 업종이다. 영업 및 서비스 직종의 경우 풍부한 고객관리 경험이 있어 창업하기에 가장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음식점이나 주점 등 외식업종도 괜찮고 의류판매점,어린이 교육사업 등이 도전해 볼 만한 업종으로 꼽힌다.
서울 논현동 영동시장 부근에서 자연냉각 크림생맥주전문점 '플젠'을 운영하는 박종성씨(51)는 오랜 영업직 경험을 고려,맥주전문점을 개업했다. 맥주가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좋아하는 대중적인 메뉴여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창업 1년째를 맞은 요즘 115㎡ 규모의 점포에서 한 달 3000만~3500만원 매출에 1000만~1200만원 정도의 순이익을 올린다.
◆시니어 창업은 안정성이 최우선안정성을 중시해야 하는 시니어층은 개인 독립점보다는 체인점 창업을 고려할 만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자신이 직접 챙겨야 하는 독립점 창업보다는 가맹본부가 상품과 경영노하우를 제공하는 가맹점 창업이 유리하다.
대기업 계열 건설사에서 관리직으로 근무하다 퇴직해 삼겹살 · 꽃등심전문점 '웰빙마을'을 창업한 주필식씨(53)는 창업 2년째인 요즘 198㎡ 점포에서 한 달 6000만~7000만원 매출에 1600만원 정도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그는 "일반 고깃집 창업이라면 엄두도 못 냈을 텐데 농협에서 직접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라는 점에 신뢰를 갖고 창업했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점포를 운영하면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를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배우자와 함께 가게를 운영하면 부부가 함께 '인생 2막'을 준비할 수 있어 좋고, 자녀를 가게 운영에 참여시켜 인건비를 절감하고 점포경영의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다. 50~60대의 경우 체력적인 부담을 고려해서라도 가족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