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CEO들…'순간 미학' 경영에 접목

박철원·곽홍길 회장 등 14명 상명대갤러리서 작품전

박철원 한우리열린교육 회장(70)은 지난해 말 경기도 가평에 머물며 사진 작가로 변신했다. 그는 회사 일로 바쁜 중에도 순간의 미학과 창조적 생명력을 배우기 위해 틈만 나면 카메라를 들고 전국을 누빈다. 특히 상명대 'CEO 사진 과정'을 통해 본격적인 사진 예술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하늘과 산 풍경을 많이 찍어온 그는 "지난 1개월간 사진 작업을 하면서 피사체를 통해 다가오는 모든 사물에는 창조적인 생명력이 있다는 것을 깨우쳤다"며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교육사업에도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을 비롯해 곽홍길 건원엔지니어링 회장,권무덕 한두화이어코드 대표,김성엽 스타일온미 대표,한상필 강동중앙의원 원장,송종채 Sm 대표,이정준 씨지코리아 대표,권성덕 명동 정동극장 이사,이명국 신창인터내셔널 대표,이윤희 더톤 대표,천명래 삼성화재 천명대리점 대표,심혜인 갤러리 룩스 대표 등 사진에 빠진 기업 최고경영자(CEO) 14명이 한자리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상명대 문화예술대학원 포토아카데미 제3기 CEO 최고위과정 동기생인 이들은 서울 동숭동 상명대캠퍼스 갤러리에서 2~5일 열리는 '사진 찍는 CEO전'에 각자의 작품을 출품한다. 이들의 전시작품은 모두 50여점.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인물 표정을 담은 것부터 순간의 미학을 자신의 경영철학과 접목한 것까지 다양하다.

박철원 회장은 경기도 안성의 농장에서 추수가 끝난 황토색 대지를 포착한 작품과 제주도 성산에서 변화무쌍한 구름의 모습을 담은 작품 등을 내놓는다. 철골재 부식을 막는 코팅제 생산업체 한두화이어코드의 권무덕 대표(70)는 경북 청송 주산지 풍경을 찍은 근작 3점을 출품한다. 2000년 초 카메라를 접한 후 해외 출장길에도 사진기를 갖고 다니는 그는 최근 휴먼 다큐멘터리 사진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도시의 골목길을 렌즈에 담아 도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켜보겠다는 것이다.

인물과 동물 사진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이정준 대표(45)는 작년 하와이 여행 중에 찍은 사진과 경기도 용인 한택식물원에서 포착한 열대 식물 사진을 선보인다. 마이우 하레아칼라 화산 분화구 주변의 거대한 민둥산과 파란 하늘을 포착한 작품이다.

한상필 원장(74)도 평소 사진을 좋아해 일상 속의 풍경을 여러 각도로 카메라에 담아왔다. 28세 인턴 시절부터 사진 작업에 빠진 그는 제주시 사려니숲의 편백나무를 찍은 사진 3점을 들고 나온다. 이명국 대표가 출품한 남사당패의 외줄 타는 모습,송종채 대표의 '나무' 시리즈,곽홍길 회장의 강변 풍경도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최병관 상명대 교수는 "사진예술을 사랑하는 기업인들의 수준 높은 작품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이들의 또 다른 면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02)2075-2187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