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카페] 北주민, 남한서 친자확인 승소…100억대 유산상속 소송도 이길까

북한 주민도 남한에 있는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법원이 현재 북한에 거주하는 윤모씨(68) 등 4남매가 낸 친자확인소송 등에서 승소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이 우리 법원에 친자확인소송을 내 승소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윤씨 가족은 이산가족이다. 윤씨는 6 · 25전쟁 당시 의사인 아버지와 5남매 중 장녀인 자신만 남한으로 온 사이에 휴전이 선포돼 헤어졌다. 동생들과 어머니는 북한에 남았고 아버지는 남한에서 새로 가정을 꾸려 네 자녀를 뒀다. 40년 가까이 떨어져 생활하던 중 아버지는 100억원대의 재산을 남기고 1987년 사망했고 재산은 후처와 이복동생들에게 대부분 상속됐다. 서울에서 사는 장녀 윤씨는 북에 있는 동생들이 안타까워 이산가족상봉을 신청했다. 일본에 있는 외삼촌, 미국 선교사 등에게 부탁해 동생들의 소식을 수소문했다. 그러던 중 최근에야 북한에 있던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남은 동생들은 비참하게 지낸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윤씨는 지난해 동생들과 연락한 뒤 이들을 대리해 소송을 냈다.

그러자 남한의 이복동생들은 "윤씨 남매가 자유로운 의사로 큰누나에게 소송을 위임했는지를 확인할 수 없고 북한 국가보위부 등의 강압에 의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윤씨 등은 모발,손톱,상속재산에 관한 위임장 서류를 비롯해 모발 · 손톱을 채취하는 장면이 촬영된 동영상,윤씨 등의 공민증,북한당국의 주민대장을 촬영한 사진까지 증거로 제출하는 등 열심히 소송에 임했다. 결국 이현곤 서울가정법원 가사5단독 판사는 1일 북한의 4남매가 제기한 친자확인소송과 인지청구에서 승소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할 때 북한을 독립한 외국으로 볼 수 없고 외국에 준하는 지역으로 볼 수 있으므로 국제사법의 규정을 유추적용해 재판할 수 있다"며 "유전자 검사 결과 가족관계가 확인되기 때문에 윤씨 등은 망인의 친생자들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로 윤씨 등은 따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소송 등 민사소송에서 상속재산을 분배받을 가능성이 생겼다. 그러나 유사 소송이 이어지고 우리의 재산이 북한으로 유입되면 큰 파장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