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빠른 스마트머니, 유럽·동남아로

그리스·아일랜드 금융주 쇼핑…호주·印尼 자원개발주 매입도
"개인 스마트머니의 움직임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거래를 중개하면서도 놀랄 때가 많습니다. "

유진곤 신한금융투자 해외주식팀 과장은 유럽 및 동남아 증시에 투자하는 일부 개인의 움직임에 혀를 내둘렀다. 개인투자자들이 재정위기를 겪는 유럽 국가들의 주요 종목이 폭락하자 반등 가능성을 노려 발빠르게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스마트머니는 올 들어 주가가 크게 떨어진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을 중심으로 금융주나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유 과장은 "남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되던 올여름에는 해당 국가별로 시총 상위 10위까지 리스트를 뽑아달라는 고객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김석진 리딩투자증권 영업추진팀 차장은 "아무리 어려워도 은행과 시총 상위 기업은 망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는 것 같다"며 "투자자들은 아일랜드은행 등 금융주가 연초 대비 80% 급락해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인 인플레이션과 원자재 가격 상승을 노려 호주 인도네시아 등의 자원개발주에 돈을 묻어놓은 투자자들도 있다. 김 차장은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많이 오른 데다 부동산도 아직 침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해 해외 자원주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과 미국 증시에 투자해 짭짤한 수익을 올린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점도 해외 증시 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2006년 리딩투자증권을 통해 중국 인터넷기업 텐센트홀딩스를 9달러에 산 A씨는 최근 주가가 172달러까지 올라 1800%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말 씨티은행을 1달러에 매입한 B씨는 최근 4배인 4달러에 팔았다. 유 과장은 "해당 국가 사정에 밝은 외국계 기업 직원 등이 주로 투자에 나선다"며 "보통 5000만원 이상을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 위험도 따른다. 동남아 등에 투자할 때 원화를 달러로 바꾼 뒤 다시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등 해당국 통화로 환전해야 해 환위험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수익의 22%까지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외 주식 거래는 오프라인으로만 주문이 가능하며,수수료는 거래액의 2% 수준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