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판국에…서울시 의회선 무상급식 '육탄전'

민주당 조례안 단독 통과
한나라 女의원 저지 과정서 실신
시민들 "급한 일 많은데…"
북한의 연평도 포격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의회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1일 '무상급식 지원 조례안'안을 기습상정해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장 단상을 점거하며 맞섰지만 저지에 실패했다. 조례안은 '내년 초등학교 전학년,2012년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규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무상급식 개정 조례에 대해 재의를 요구할 것으로 보여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의사일정 합의 없었다"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은 이날 오전 10시 열린 제227회 정례회 4차 본회의 직전인 오전 9시 당초 계획에 없던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본회의 상정안건에 포함시켰다. 한나라당 시의원들은 이에 대해 본회의 개회 직전 본회의장 단상을 점거하며 반발했다.

시의회 한나라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용석 의원은 "여야가 오는 15~17일 안건을 상정한 뒤 심의 · 처리하기로 합의해 놓고 오세훈 시장을 상대로 시정질문을 벌이는 날 느닷없이 안건을 상정한 뒤 물리력까지 동원해 단독 처리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시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교육감이 정해야 할 사항을 서울시 조례에 담는 것 자체가 위법인 데다 민주당 측이 의사일정을 무시하는 등 의회주의의 기본 원칙마저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여성의원인 이진화 · 정문수 의원(한나라당)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에 밀리면서 실신해 119 구급차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예산심의 위해 단독처리"

허광태 의장을 포함한 민주당 시의원들은 조례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농성 중이던 한나라당 시의원들과 두 차례나 충돌하는 강공책을 펴 조례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재적의원 89명 중 민주당 참석의원 71명 전원이 찬성했고,한나라당 의원 18명은 기권처리됐다. 반대표는 하나도 없었다.

김명수 운영위원장(민주당)은 "시의회 안에 무상급식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당위성을 확인했고 서울시와 한나라당의 무성의한 태도로 재정분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주부터 예산심의를 시작하기 위해 무상급식 조례안 단독 처리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 "연평도 사태 안끝났는데…"

서울시 의회의 이날 '무상급식 조례안'관련 충돌사태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서소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종옥씨(46)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혹시 전쟁이라도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퍼져있는 마당에 수도서울의 시정을 책임져야 할 시의회 여야의원들이 무상급식 문제로 몸싸움을 벌일 만큼 한가한 때인지 되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날 시의회를 통과한 무상급식 조례안에 대해 오 시장이 재의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 또다른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서울시 의회가 파행을 빚어 안타깝다"면서도 "법률 검토를 거쳐 재의요구 등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