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닌 김포로는 못 간다" 연평 주민들 인천시 제안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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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대책도 막막…지원 호소북한의 포격으로 연평도를 떠나 인천 등지로 대피한 주민들의 임시 거처 결정 문제가 인천시와 주민들 간 입장차이로 난항을 겪고 있다.
연평도 주민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최성일)는 1일 주민들이 머물고 있는 찜질방(인스파월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가 내놓은 방안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경기 김포시 양촌면 양곡리의 미분양 아파트에 주민들의 임시 거처를 마련하겠다고 제안했었다. 비대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인천시가 제시한 임시주거대책을 놓고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대책위원 75명 중 42명이 투표에 참가해 반대 29명,찬성 13명으로 부결시켰다. 최성일 비대위 위원장은 "주민들이 경기도로 이주하는 것은 제2의 피난생활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연평도 주민들의 생활권이 인천 연안인 점을 감안하면 양촌면은 너무 멀어 생활에 큰 불편이 따른다"고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인천시는 연평도 주민들을 위한 임시 주거지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양촌면 양곡 3단지에 조성하고 있는 아파트(휴먼시아) 중 미분양 물량 155세대(분양면적 109㎡)를 마련해 주기로 했었다. 휴먼시아 단지는 모두 345세대 규모다. 비대위는 "주민 대부분은 인천시내 민영아파트와 임대아파트 단지 또는 가건물 피난소를 지어주기를 바라고 있다"며 "임시 거주가 끝나는 대로 영구 이주대책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 김성남씨(63)는 "북한의 포격으로 고향을 떠나 인천에 피난왔는데 생계대책도 없이 홀대만 받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현숙씨는 "연평도의 초 · 중 · 고교생과 교사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빈 교실이 많은 영종도의 한 초등학교를 임시학교로 추진키로 했는데 현지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며 "학생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어 서글프기만 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인천시는 연평도 주민들이 임시주거대책을 거부하자 이날 오후 3시 윤석윤 행정부시장을 찜질방으로 보내 네 가지 방안을 새로 제시했다. 이 방안에 담긴 임시주거 후보지는 △인천시내 다가구주택(400세대) △인천시 만수동 건설기술교육원 △김포시 미분양 아파트(155세대) △인천시 신흥동 찜질방(인스파월드) 등이다. 윤 부시장은 "인천지역에서 임시 거처를 마련한다면 주민들을 분산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는 현재 찜질방에 머물고 있는 연평도 주민들의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예비비 15억원과 재정보조금 3억8000만원을 관할 군청인 옹진군에 내려보냈다. 옹진군도 주민들이 임시 거처로 사용하고 있는 인스파월드 측에 숙식비 등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