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페이스북 같은 기업 왜 못나오나

마크 주커버그.1984년생,스물여섯 살.하버드대에 다니던 2004년 페이스북을 창업했고,지금은 세계를 흔들고 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 창업과정을 담은 영화 '소셜 네트워크'가 개봉돼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 내용대로 주커버그는 친구들의 사업 아이디어를 훔쳤을 수도 있다. 창업 초기에 경쟁사인 마이스페이스나 싸이월드를 벤치마킹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는 스타이다.

페이스북 이용자는 5억7355만명,기업가치는 장외거래가 기준으로 410억달러(47조원).기존 서비스를 베끼는 것만으로 6년 만에 이런 기업을 만들 수는 없다. 페이스북이 주목받는 것은 무엇이든지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오픈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주커버그는 너나없이 울타리 안에 가두기만 하는 상황에서 울타리를 열어 초대형 플랫폼을 만들었다. 요즘 주커버그만큼 주목받는 젊은 기업인이 있다. 그루폰 창업자인 앤드루 메이슨이다. 1981년생,스물아홉 살.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고 시카고에서 행정대학원에 다니다가 2008년 11월 소셜커머스 기업 그루폰을 창업해 돈방석에 앉게 됐다. 야후에 이어 구글이 그루폰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는데 제안 금액은 53억달러라고도 하고 60억달러라고도 한다. 얼추 2년 만에 6조원이다.

미국 신생 기업인 페이스북과 그루폰이 우리와 상관이 있을까? 있다.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인터넷 포털 사업자들은 체면 불구하고 페이스북을 베끼고 있다. 페이스북과 비슷한 소셜 네트워크 기능을 도입하지 않으면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루폰 비즈니스 모델을 베낀 소셜 커머스 기업은 반년 만에 200개 가까이 생겨나 '난립'이란 말까지 나온다.

미국 벤처 생태계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면서 기업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려고 1주일 동안 취재했다. 취재할수록 미궁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얽히고설킨 매듭을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답답했다. 벤처기업인들은 단호하게 말했다. 주커버그든 메이슨이든 한국에서 창업했다면 결코 지금처럼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한마디로 "규제가 너무 심하다"고 했다. 정부라고 모르는 게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는 규제완화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로 한 적이 있다.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이랄지,게임물 사전심의제도,인터넷 본인확인제,임시조치제도,모바일 IPTV 서비스 금지,개인정보 수집 본인 동의 등을 광범위하게 재검토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규제완화팀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반년이 지나도록 진척이 없다.

기업인들은 "기대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무슨 무슨 진흥법이라고 만들어봐야 결국 규제만 만들지 않느냐"고도 했고,"진흥 안 해줘도 좋으니 제발 내버려뒀으면 좋겠다"고도 했고,"우리가 언제 인터넷 강국이었냐,인터넷 규제 강국이었지"라고도 했다. "방통위 지경부 행정안전부 등 시어머니가 너무 많다" "정보통신부 해체하더니 밥그릇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바로 이런 시점에 'KT 낙하산 파동'이 또 터졌다. 방송기자 출신 청와대 대변인이 KT 전무로 선임되자 불만이 들끓고 있다. KT는 공기업이 아니다. 정부는 KT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낙하산이 아니라고 강변해도 알 사람은 다 안다. 국민을 바보 취급하면서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벤처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겠는가. 후배 기자인 김 전무한테 감히 충고한다. 물러나라.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