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 주민도 못 먹여살리느냐"…후진타오, 김정일 訪中 때 힐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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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중단 후 北·中 '균열'2008년 12월 6자회담이 중단된 이후 '혈맹'관계였던 북 · 중 사이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정황이 감지되고 있다.
위키리크스가 1일(현지시간) 공개한 주몽골 미 대사관의 전문에 따르면 김영일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해 8월 '몽골과 북한 연례협의회'에서 유엔의 대북 제재를 지지한 중국과 러시아를 비난하면서,이것이 6자회담을 거부한 이유라고 밝혔다. 당시 김 부상은 "한 · 일은 미국의 동맹인데 러시아와 중국까지 3자를 지지하면서 북한은 마치 5 대 1 상황에 처한 느낌"이라고 했다. 또 "6자회담의 목적은 북한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인 만큼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만을 원한다"고 했으며,미국을 겨냥해 "세상에 영원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위키리크스 폭로 내용을 인용,"북한이 중국의 지원을 받지 못해 타격을 받고 있고 이 때문에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은 "먼저 비핵화 조치를 하라"며 북 · 미 간 직접 대화를 거부해 왔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시선도 곱지 않다. 미 국무부의 외교전문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부장은 북한에 대해 "미사일 실험을 통해 미국의 관심을 받고자 하는 응석받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대북 소식통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8월 창춘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 '13억 인민도 굶지 않는데 2000만 주민을 못 먹여살리느냐'며 김 위원장을 힐난했다"고 전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최신형 전투기,300억달러 경협 지원,매년 원유 100만t과 쌀 50만t의 '청구서'를 내밀었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 통일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의 지원을 받아내지 못한 북한이 대중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평도를 공격함으로써 동북아 위기를 조장했을 개연성을 상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주한 미 대사관은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때 주민들의 식량난과 영양실조를 숨기기 위해 평양으로 데려가 제때 식사와 비타민을 줘 살찌게 한 뒤 상봉장으로 보냈다고 본국에 보고했다.
한편 중국 상하이 한인업체 '윤네트웍스(Yoon Network)'의 박상윤 대표는 2일 "위키리크스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실려 회사 이미지가 실추됐다"고 말했다. 윤네트웍스가 이란에 미사일 관련 물자(탄소섬유)를 공급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이 중국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미 국무부 외교전문이 공개된 것.윤 대표는 "올해 3월께 상하이시 정부에서 9명이 방문해 회사의 모든 거래 내역을 조사했지만 이란과 거래가 전혀 없어 상황이 종료된 것"이라며 "이란과 거래한 적도,탄소섬유를 취급한 적도 없는데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