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전성시대] 우리금융·외환은행·동양생명…빅딜엔 언제나 'PEF 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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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입 6년째 132개 운용…투자약정금액 21조1500억
초창기 PEF들 속속 만기, 새 투자처 물색…M&A시장 활력
스몰딜 겨냥 소형PEF 난립…M&A경쟁 심해 수익성 낮아져
국내 사모투자펀드(PEF)가 6년 만에 20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인수 · 합병(M&A) 시장의 핵으로 떠올랐다. PEF는 우리금융지주 외환은행 등 대형 금융회사 '메가 딜(mega deal)'을 비롯 동양 두산 금호아시아나 등 주요 그룹의 구조조정 딜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만기가 도래한 초창기 PEF들이 속속 투자금 회수와 신규 투자에 나서 M&A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국내 PEF 132개 추산2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PEF는 2004년 12월6일 도입된 이후 6년 만에 132개로 불어났다. 투자자들이 PEF에 투자를 약속한 약정액은 지난 10월 말 총 21조1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투자에 집행된 금액은 8조8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투자 이행금액이 약정액의 42% 수준이지만 내년부턴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주요 M&A와 구조조정 딜에서 PEF들이 활발하게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인수전에 칼라일 등 해외 PEF와 함께 보고펀드 MBK파트너스 등 국내 PEF들이 입찰참가의향서(LOI)를 내 관심을 모았다. 하나금융지주도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재무적 투자자(FI) 유치를 위해 국내외 PEF를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펀드는 지난달 동양생명 지분 46%를 동양그룹 계열사들로부터 매입해 대주주로 올라섰다. 보고펀드는 인수대금 90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조만간 프로젝트 PEF를 조성할 계획이다. 금호아시아나 유동성 사태를 불러왔던 대우건설 M&A에는 산은PEF가 3조3000억원가량을 투입해 연내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초창기 PEF들은 설립 5~6년이 지나면서 만기를 맞아 본격 투자회수(exit)에 나서고 있다. 2005년 9월 설립(3000억원 규모)된 H&Q-국민연금1호는 현진소재 만도 등 5개사에 2330억원을 투자해 총 4780억원을 회수하고 해산했다. 칸서스PEF3호가 진행 중인 의료기기업체 메디슨 매각은 막바지 단계다. 한국금융지주 계열 코너스톤PE도 부산 소주업체 대선주조를 매각하기 위한 우선협상자로 부산 상공계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사모펀드인 PEF는 운신의 폭이 넓다는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국내 M&A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며 "도입 6년을 맞은 PEF시장이 투자경험이 축적되면서 한 단계 성숙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의존 소형PEF '출혈 경쟁' 우려국내 PEF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부터 가파르게 성장세를 탔다. 2008년 등록된 PEF는 31개,약정액은 최대인 5조6100억원에 달했다. 증시가 호황이었던 2007년 18개(2조7800억원)보다 금액 기준으로 2배 이상 큰 규모다. 올해는 10월 말까지 PEF 30개,4조3300억원이 등록돼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 PEF 약정액은 20조원을 돌파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는 평가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까진 PEF에 자금을 대는 투자자(LP)들도 안전한 이익을 원하는 재무적 투자자여서 경영권을 샀다 되파는 '바이아웃' 경험이 미진하다"며 "아직은 한창 성장하는 청소년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규모 면에서도 글로벌 PEF들이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6000억달러(690조원)를 조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스몰 딜'을 겨냥한 특색없는 소형 PEF들이 쏟아지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소형 PEF는 국민연금 정책금융공사 등 정책자금에 의존하다보니 규모가 작고 설립 시기와 타깃 인수기업도 엇비슷하다. PEF업계 관계자는 "소형 PEF들이 한결같이 녹색기업 등을 인수대상으로 삼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 인수가격만 높아지고 투자 수익률은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 사모펀드·PEF·헤지펀드
◆사모펀드란 자본시장법상 49인 이하의 소수 투자자들이 가입한 펀드를 가리킨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모펀드와 달리 투자 대상,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 등에 제약이 없어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하다. ◆사모투자펀드(PEF · private equity fund)와 헤지펀드도 크게 보면 사모펀드에 속하지만 일반 사모펀드와는 차이가 있다. PEF는 소수의 기관투자가와 '큰손' 투자자들로부터 수백억원에서 수조원대 자금을 모아 특정 기업의 지분을 일정 수준(보통 10%) 이상 인수하거나 경영권을 통째로 인수한 뒤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펀드다. 국내 보고펀드 MBK파트너스와 미국 KKR 칼라일 블랙스톤 등이 PEF 전문 운용사다.
◆헤지펀드는 아직 국내에선 설립이 허용돼 있지 않다. 미국에서 헤지펀드는 금융자산이 100만달러 이상인 투자자만 가입이 가능한 '적격투자자' 개념이 있다는 게 일반 사모펀드와 차이점이다. 운용사와 투자자 간에 투자 대상 자산을 미리 정하는 사모펀드와 달리 헤지펀드는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헤지펀드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원자재 등에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해 절대수익을 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