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샷 부활…우즈, 버디 8개 잡고 단독 선두

美 셰브론 월드챌린지 1R
파5홀 모두 버디…감각 되찾아
매킬로이·맥도웰 1타차 2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우전드오크스의 셔우드CC(파72) 12번홀(파3).타이거 우즈(35 · 미국)의 티샷이 그린 뒤편 깊은 러프에 떨어졌다. 발끝이 내리막인 고약한 라이였다. 그런데도 우즈의 웨지를 떠난 볼은 그린에 떨어져 슬금슬금 굴러가더니 홀 가장자리를 스치며 홀옆 50㎝ 지점에 멈췄다. 우즈는 러프에 벌렁 드러누운 채 아쉬워했으나 이내 환한 웃음으로 캐디와 주먹을 맞댔다. 버디는 안됐지만,그가 2005년 마스터스 우승 당시 마지막 날 오거스타내셔널GC 16번홀(파3)에서 칩 인 버디를 성공하며 환호하는 장면을 연상시켰다.

우즈가 자신이 주최한 미국PGA투어 이벤트성 대회 셰브론 월드챌린지(총상금 500만달러) 첫날 단독 1위에 나섰다. 우즈는 3일(한국시간)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7언더파(버디8 보기1) 65타를 치며 북아일랜드의 '쌍포' 로리 매킬로이와 그레임 맥도웰을 1타차로 따돌렸다. 우즈가 올해 출전한 대회에서 선두에 나선 것은 지난 8월 말 더 바클레이스 1라운드 후 처음이다. 그때는 본 테일러와 공동선두였다. 단독 1위에 오른 것은 더 까마득하다. 2009년 9월 말 투어챔피언십 2라운드 후 14개월여 만이다.

우즈의 표정에서 보듯 그의 경기는 흠잡을 데 없었다. 약 3주 전 호주마스터스 4라운드에 이어 연속으로 시즌 베스트 스코어인 65타를 치자 "우즈가 부활에 성공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우즈는 이날 18개홀 가운데 단 두 홀에서만 그린을 놓쳤다. 12번홀과 18번홀(파4)이다. 그린적중률 88.9%의 고감도 아이언샷으로 거의 매홀 버디 기회를 맞았다는 얘기다. 18번홀에서는 페이드볼을 구사하려던 티샷이 붕 떠 숲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유일한 보기를 기록했다. 마지막 홀 보기에도 우즈는 리더보드 맨 윗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우즈는 또 5개의 파5홀을 모두 버디로 장식했다. 프로들에게 '파5홀 버디'는 게임이 잘 풀린다는 뜻.우즈는 특히 네 차례나 이글퍼트 기회를 맞았다.
우즈가 이 대회에서 우승하고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가 남아공 네드뱅크챌린지에서 2위 밖으로 밀려나면 우즈는 5주 만에 세계랭킹 1위에 복귀한다. 1999년 시작된 이 대회에서 우즈는 네 차례 우승했다. 정규시즌이 끝난 후 열리는 이벤트성 대회이나 우즈는 이번이 '시즌 무승'을 털어내고 내년을 가늠해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우즈는 "이곳에서는 파5홀을 잘 공략하는 것이 중요한데 오늘은 파5홀에서 경기를 잘 풀어갔다. 다만 퍼트가 잘 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톱랭커 18명을 초청해 벌이는 이 대회 첫날 세계랭킹 10위 매킬로이와 US오픈 챔피언 맥도웰은 1타차로 우즈를 추격하며 만만치 않은 승부를 예고했다. 손가락 수술 후 제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재미교포 앤서니 김(25 · 나이키골프)은 7오버파 79타로 최하위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