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른 부동산 금융] (3) 은행, 수익성 위주로 평가하고 시행사 자본 확충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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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ㆍ끝) 해결책은돈줄이 말라붙은 부동산 개발 시장에 자금 물꼬가 트이려면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다. 그러나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기존의 자금조달 관행이 바뀌지 않는다면 위기는 언젠가 다시 찾아올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기존 한국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벗어나는 '새판짜기'를 위해서는 PF 대출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시각이 우선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묻지마식'으로 돈을 빌려주던 관행에서 벗어나 사업성과 수익성 위주로 PF 대출을 운용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분양가ㆍ사업기간 정밀 검증
'묻지마 대출' 관행 탈피
PF 보증한도 더 늘려야
◆금융권 PF 대출 관행 개선올해 저축은행들은 인수 · 합병(M&A)으로 몸살을 앓았다. 서울저축은행 등은 웅진캐피털에,예쓰저축은행은 KIC그룹에,중앙부산저축은행은 러시앤캐시에 각각 팔렸다. 예외 없이 과도한 PF 대출을 해 줬다가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부실이 커진 곳들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2000년대 부동산 붐이 일면서 저축은행 대다수가 사업성 검토를 제대로 할 능력도,의지도 없이 대출을 남발한 결과"라고 말했다.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은행들은 그동안 시공사 지급보증을 통해 리스크를 없앤 '땅 짚고 헤엄치기' 식 대출에 맛들여 왔다. 게다가 아파트나 주상복합 개발자금을 대출해 주면 나중에 입주자들을 상대로 중도금과 잔금을 빌려주는 가계대출까지 늘릴 수 있었다. 은행들로선 '도랑 치고 가재 잡는' PF 대출에 까다로울 이유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금융회사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사업 수익성을 꼼꼼히 따지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과거의 한국형 PF 대출을 통한 영업 방식은 앞으로 통하지 않는 만큼,수익성에 기반한 대출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분양가에 거품이 많이 끼었는지 여부와 시행사에서 얘기하는 인 · 허가 소요시간이 실제 가능할지 등을 더 철저히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사의 단계적 대형화 필요
자본금이 거의 없는 시행사들이 사무실과 직원 몇 명만 데리고 무작정 땅 공급에 뛰어들어 땅값 상승을 부추기고 사업 리스크를 지지 않는 것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꼽힌다. 다만 당장 금감원이 저축은행 PF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사업비의 20%에 해당하는 자기자본 확충' 요건을 채울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대형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토지계약 전문 시행사와 대형 시행사를 구분해 토지계약 단계까지는 영세한 시행사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해 공급 위축을 막고,토지매입 단계부터는 자본력과 투자자 동원력을 갖춘 시행사만 사업을 진행토록 해 개발 실패 비용을 분담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근엽 쌍용건설 주택사업부 차장은 "금감원 가이드라인을 지킬 수 있는 국내 시행사는 현재 하나도 없다"며 "가이드라인을 지키되 '사업비'에서 공사비를 제외하는 등 기준을 다소 완화해 시행사 대형화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주택보증의 PF 보증 한도 완화
PF 대출의 리스크를 분담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대한주택보증의 역할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주택보증은 현재 전체 사업비의 50% 한도 내에서 보증액의 1.219~1.339%를 받고 PF 보증을 서 주고 있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은행들은 기존 방식보다 충당금을 50%가량 적게 쌓을 수 있고 시공사들도 부채비율로 잡히지 않아 최근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주영훈 대한주택보증 영업기획팀장은 "올 들어 11월까지 보증액이 1300억원이었는데 이달에만 4500억원 보증을 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는 회사별로 사업장 소재지에 따라 1000억~2000억원을 보증해 주는데,한도를 늘려야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은/안대규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