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생산차질 더는 못 참아"

비정규직 공장 장기 점거에 조립라인 바꿔 생산 재개키로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조에 점거당한 울산1공장 자동창고 라인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6일 오전 8시부터 신형 엑센트와 베르나,클릭 등의 생산을 재개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5일 도장(페인트칠) 작업을 마친 차체에 대해 자동창고(차량 문 분리 작업)를 거치지 않고 별도의 장소에서 수작업으로 차량 문을 떼어낸 뒤 의장공장(각종 부품 장착)으로 수동운반하는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차체가 도장공장에서 컨베이어시스템을 타고 자동창고로 넘어오면 내부 부품을 쉽게 장착할 수 있도록 차량 문을 떼어낸 뒤 자동화 라인을 통해 의장공장으로 보내 최종 조립해왔다. 울산1공장은 비정규직 조합원 400여명이 자동창고를 불법 점거,21일째 생산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현대차는 불법 점거로 생산차질이 늘어나는 등 피해가 커지자 이날 생산재개 방침을 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화된 생산라인을 중간에 끊어 수작업을 하면 생산량이 기존의 절반에 그칠 것"이라며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연말 수출 물량을 채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그동안 2만3937대의 생산차질과 2704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했다. 3200여명의 정규직 근로자들도 임금을 받지 못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재개를 앞두고 울산 1공장 주변은 긴장감이 돌고 있다. 비정규 노조는 공권력 투입에 대비해 금속노조와 연대투쟁키로 했다. 금속노조는 농성장에 공권력이 투입될 경우 즉각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공장 주변에 경찰력을 집중 배치했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가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이경훈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이상수 비정규 노조 지회장 등과 만나 점거파업 농성자 고용보장과 고소 · 고발 및 손배소 철회 등의 중재안을 마련했지만 비정규 노조 측이 "정규직화가 전제돼야 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