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FTA 재협상 타결] 日 차업계 "한국과 같은 조건 만들어 달라"

● 비준 절차 … 美와 FTA체결 촉구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타결에 일본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한 · 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 시장에서 한국과 경쟁하는 제품의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업계의 불안이 크다. 시가 도시유키 일본자동차공업협회 회장은 "정부는 일본 기업도 한국 기업과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도요타자동차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등 한국 자동차는 원화 약세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품질이나 디자인에서도 일본 자동차와 차이가 거의 없다"며 "FTA로 한국 자동차 수출이 탄력을 받으면 일본 자동차 업계는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의 대미 수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다. 지난해 대미 수출액 약 8조엔 중 자동차 수출액만 2조엔이 넘는다. 한 · 미 FTA가 발효돼 현행 2.5%인 미국의 승용차 관세가 한국에 한해 없어지면 일본 자동차 회사는 가격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일본 아시아경제연구소는 한국이 미국 유럽연합(EU)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일본은 연간 14억달러어치의 수출을 한국에 빼앗기게 된다고 분석했다.

일본 기업들은 한국이 미국 EU 등 세계 거대 경제권 2곳과 잇달아 FTA에 합의함에 따라 글로벌 수출 경쟁에서 크게 불리해졌다며 자국 정부가 FTA 협상을 서둘러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한국에 뒤진 FTA를 일거에 만회하기 위해 다자 간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농업계가 격렬하게 반대하는 데다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농촌 표와 식량안보 등을 이유로 TPP에 부정적이어서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